[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신혼부부 등 연간 수 만 명의 한국인들이 방문하는 인도양 몰디브(Maldives)의 최근 ‘비상사태’는 수년 간 이어져오고 있는 ‘가윰(Gayoom) vs 나시드(Nasheed)’ 정국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몰디브는 1965년 7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1968년 3월에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공화국을 선포했다. 이어 ‘몰디브’로 개명을 선포한 1969년 4월에 아미드 이브라힘 나시르(Amid Ibrahim Nasir) 대통령을 거쳐, 1978년 11월에 마우문 압둘 가윰(Maumoon Abdul Gayoom)이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를 시작으로 몰디브에선 ‘가윰 가문’의 시대가 시작됐다. 마우문 압둘 가윰은 이때부터 무려 대통령 6선을 해내며 독재정치를 펼쳤다. 이렇게 30년 간이나 계속된 마우문 압둘 가윰의 집권은 민주화 운동가 모하메드 나시드(Mohamed Nasheed)에 의해 종식을 맞았다.
영국 유학파 출신의 언론인인 나시드는 가윰 정권에 지속적으로 비판적인 글을 쓰는 등 집권 이전부터 20년 동안 몰디브 민주화 운동에 매진했다. 그는 가윰 정권 하에서 14번이나 투옥되는 등 온갖 고초를 겪어가며 몰디브 민주화에 큰 공을 세웠다.
민주화를 열망하는 반정부 기류 속에 2008년 10월 몰디브에서 사상 처음으로 민주적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고, 나시드는 30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뤄내며 몰디브의 첫 민선 대통령이 됐다.
나시드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인구 39만명(2013년 기준)의 소국 지도자답지 않게 기후변화 대응에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등 국내외에 명성을 떨쳤다. 그는 2010년 8월에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한 ‘국가경영을 통해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지도자 10명’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나시드 정부는 부정부패로 민심을 잃었고, 수입에 의존하는 생필품과 식료품 가격이 대폭 상승하면서 지지율이 곤두박질 쳤다.
여기에 나시드 대통령이 형사재판소 최고법관 압둘라 모하메드를 부패에 연루됐다고 주장하며 체포 명령을 내리자 반발하는 시위가 격화됐고, 결국 그는 2012년 2월에 5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하야를 선택했다.
나시드 대통령은 권좌를 유지하면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며 “몰디브인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고, 철권통치도 원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았다.
나시드 대통령이 물러난 후 2013년 11월에 압둘라 야민 가윰(Abdulla Yameen Gayoom) 현 대통령이 취임했다. 압둘라 야민 가윰은 마우문 압둘 가윰의 이복동생이다.
가윰 가문의 재집권이 시작되자 몰디브에서는 야당과 야당지지자들의 대통령 퇴진 시위가 이어졌고, 가윰 정권은 지난 2월에 직전 대통령이자 야당 대표인 나시드를 테러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기도 했다.
이때도 우리 외교부는 몰디브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될 것을 예상해 여행객들에게 안전 유의를 당부했다.
몰디브군은 지난 2일 가윰 대통령의 공관 인근에 주차된 차에서 사제 폭탄을 발견했다고 밝혔고, 앞서 9월 28일에는 가윰 대통령이 부인과 함께 쾌속정을 타고 이동하다 배에 폭발이 일어나 부인과 경호원 등 3명이 다치기도 했다. 가윰 대통령은 무사했다.
몰디브 정부는 반정부 세력과 관계가 있는 대통령 암살 기도 사건으로 보고, 4일 정오(현지시간)를 기점으로 몰디브 헌법 253조의 의거해 30일 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현재 몰디브에서는 치안당국이 영장 없이 압수와 수색, 체포와 구금을 쉽게 할 수 있다. 또 집회·시위의 자유와 파업권, 몰디브 출입국과 관련한 자유 등도 제한된다.
몰디브는 관광업이 전체 경제의 3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몰디브 정부는 관광객에게는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외교부는 “여행객은 리조트에 체류하는 등 신변안전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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