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요즘 ‘뜨거운’ 김만복, 혹시 열등감?

[이슈 인 심리학] 요즘 ‘뜨거운’ 김만복, 혹시 열등감?

기사승인 2015-11-11 14:06:56

노무현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장이었던 김만복 전 원장의 최근 언행·행동이 정치권 안팎에서 뜨겁다. 그의 이해되지 않는 행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8월 말 참여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냈지만 새누리당에 서면(팩스)으로 입당 신청을 한 것.

2. 그런데 10월 28일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아닌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지지한 것.

3. 그래 놓고 새누리당에서 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 무소속 ‘야권연대’ 후보로 출마할 생각이 있다고 말한 것.

4. 새정치민주연합 해운대기장을 지역위원회의 주요 행사에 참석해 지지연설을 한 것.

5. CBS 라디오에 나와 “제 사고의 틀은 보수적입니다. 새누리당이 나와 정서가 맞는다”라고 한 것.

6. 전 국가정보원장으로 재직 당시 남북관계 비화와 같은 직무상 얻은 국가 기밀을 누설 및 책으로 공개한 것.

7. 책 내용의 승인에 대해 “이미 공개된 내용으로 국정원장 승인 대상이 아니다”라며 절차를 무시한 것.

8. 인질 협상을 했던 사람과 나란히 사진을 찍고 보도자료를 낸 것.

9. 신분을 노출하면 안 되는 국정원 요원을 대동하고 사진을 찍은 것.

9. 국정원장으로 취임 후 300여명의 기장군 주민들에게 국정원 견학을 시켜준 것.

10. 부산 기장에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사무실 바로 옆에 사무실 3개를 얻은 것.

11. 2007년 모교 기장중 동창회 홈페이지에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 된 것.


김 전 원장은 왜 이렇게 기준 없는 언행을 하는 것일까? 심리학에서는 한 사람의 말과 행동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 과거의 학습된 심리를 알아본다.

김 전 원장은 1988년부터 1996년까지 미국과 자메이카 대사관에서 일하면서 적지 않은 대인관계를 해 왔고, 폐쇄적인 상황보다는 개방적인 상황에 익숙한 생활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정반대의 폐쇄적 직무인 국가정보원에서 일을 했다. 개방심리에서 폐쇄심리를 오고간 것이다.

심리학 용어 중에 사회학습이론(social learning theory)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1977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심리학과 알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 교수가 쓴 ‘사회학습이론(Social Learning Theory)’ 책에서 최초로 주장한 이론이다.

이 이론은 한 사람의 행동이란 자신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행동과 상황을 관찰하면서 또 모방하면서 인지적으로 흡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학습이론에 따르면 모방에서 행동까지 이어질 때 4단계(주의집중-파지-재생-동기화)를 거치게 된다. 1단계는 집중단계다. 타인의 행동이나 상황을 관찰하는 단계다. 2단계는 기억단계다. 관찰한 내용이 머리에 남아 깊게 새겨지게 된다. 3단계는 재생단계다. 새겨진 내용을 다시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타인의 경험이 나의 경험으로 바뀌는 작업이 일어난다. 4단계는 동기화 단계다. 이 단계는 기대감을 가지고 나의 경험으로 행동이 일어날 것을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의 경우, ‘폭력성’은 부모의 ‘체벌’에서 사회학습이 되는 경우가 많다. 잘못을 했을 때 부모가 자녀에게 ‘체벌’을 한다면 아이들은 손이나 매를 들고 신체를 아프게 때리는 것을 관찰하고 모방하게 된다. 이 내용을 깊이 새겨놓고 유지하면서 나중에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대방이 잘못을 했을 때 새겨놓은 ‘체벌’의 체험을 꺼내서 상대방을 향해 ‘폭력성’으로 드러내게 된다.


김 전 원장의 경우, 대사관에서 생활하면서 관찰된 기억들이 국가의 비밀, 익명과 음지를 건강하게 지켜나가며 국가를 이롭게 지켜야 할 국정원에 들어가서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국정원에 들어가서 오히려 자신을 알리려하고 권력을 노출하는 어이없는 행동의 결과를 스스로가 즐기게 된 것이다.

김 전 원장은 ‘대사관 콤플렉스(complex)’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국가를 대표해 의전업무를 하는 대사관의 수장인 대사(ambassador)가 아니라 참사관과 서기관으로 일하면서 열등감을 가졌을 것이다. 이 열등감이 국정원장이 돼 폭발하게 된 것이다. 국정원장 신분으로 청와대의 지시를 어기고 2006년 아프카니스탄 인질사태 때 신분을 노출하고, 열등감을 채우는 시작점으로 300여명의 고향인 기장군 주민들을 국정원 견학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또한 자신을 가장 잘 아는 동문들에게 자신의 신분과 전화번호까지 동문회에 올리는 정신없는 행동으로 이끈 것이다. 결국 콤플렉스가 김 전 원장을 ‘노출증(exhibitionism)’에 걸리게 만든 것 아닐까.

전 국가 최고정보기관장의 기준 없고, 생각 없는 행동들을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모방을 통해 학습을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말을 더 이상 입에 올리지 못할 정도로 윗물은 오염됐다. 이런 오염을 볼 때마다 메르스 사태나, 세월호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국가가 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못하는지 이해는 된다.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ukimedia.co.k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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