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살인사건’ 부검의 “피로 범벅된 사람(패터슨)이 가해자일 가능성 높아”

‘이태원살인사건’ 부검의 “피로 범벅된 사람(패터슨)이 가해자일 가능성 높아”

기사승인 2015-11-12 00:12:55

[쿠키뉴스=김현섭,정진용 기자] ‘이태원 살인사건’의 부검의였던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과 교수가 11일 공판에서 에드워드 리(36)보다 아서 존 패터슨(36·사진))이 범인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 교수는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7부에서 열린 2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 “(사건 당시) 머리·얼굴·목 등이 피로 범벅이 된 사람이 가해자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범행 직후 머리와 양손, 상·하의가 피로 범벅이 된 건 패터슨이다. 반면 리는 옷과 신발 일부에 소량의 피만 묻어 있었다.

그는 “당시 피해자가 목에 치명상을 입었기 때문에 가해자가 가슴을 찌를 때는 이미 밀쳐내는 등 방어가 불가능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거의 붙어있었다고 보이므로 범인은 피가 많이 묻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검찰이 ‘범인의 옷에도 피가 소량으로 묻을 수 있느냐’고 묻자 “가능성이 낮지만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997년 4월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고(故) 조중필씨 부검의로서 검찰에 “피해자의 목에 난 상처의 위치와 방향으로 볼 때 ‘키가 큰 사람’일 것”이라는 의견을 전한 바 있고, 이에 검찰은 패터슨보다 신장이 더 큰 에드워드 리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이 부분이 논란이 되자 이 교수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당시 법정에 출석해서 의견을 제출한 것이 아니라 부검의로서 당당 검사에게 여러 가지 단서들을 이야기한 것인데, 검사가 한 가지 의견만을 유력한 증거로 기소한 과정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패터슨의 변호인은 이날 “에드워드 리가 한국어를 전혀 못한다는 것 거짓”이라며 방송에서 한국어로 인터뷰한 모습이 담긴 CD를 증거로 제출했다.

사건이 일어난 후 살인혐의로 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에드워드 리는 지난 4일 증인으로 나와 당시 검찰 조사의 부당함을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조사에서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거짓’으로 나왔던 것 등에 대해 “통역도 없이 밤새 조사를 받았다. 검사가 하는 말을 이해도 못 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패터슨 변호인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해당 인터뷰는 1998년도에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 한 것”이라며 “에드워드 리는 당시 대부분의 한국어를 1년 동안 교도소 생활을 하면서 배웠다. 따라서 의미가 없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당시 살인 혐의로 기소된 에드워드 리는 1997년 10월에 1심 재판부에서 무기징역을, 증거인멸 등으로 기소된 패터슨은 징역 1년6개월을 각각 선고 받았다. 이듬해 1월 항소심 재판부는 에드워드 리에게 징역 20년을, 패터슨에게 장기 1년6개월·단기 1년의 징역을 선고했다.

이후 대법원은 1998년 4월 에드워드 리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1999년 9월 재상고심에서 대법원은 “리는 범인이 아닌 목격자로 추정된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이날 공판에는 혈흔 분석전문가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당시 혈흔 패턴 등에 대해 분석하고, 당시 부검의 또한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다.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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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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