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판결로 10일 제자를 폭행한 김인혜(53) 전 서울대 음대 교수의 파면이 확정됐다. 김 전 교수는 제자들을 상습적으로 때리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서 금품을 받는 등 비위 사실이 드러나면서 2011년 징계부가금 1200만원과 함께 파면 처분을 받았다. 여기에 수업횟수, 성적 평가, 학사과정 비리 의혹이 제기됐고, 2010년엔 시어머니 팔순 잔치에 10여명의 제자들을 동원했다는 의혹과 2006년 딸 입시를 위해 강당을 개인사유로 유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학교 측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성악과의 도제식 교육이었고 발성을 잘 내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김 전 교수가 자신의 폭행에 대해 한 말이다.
‘도제식 교육과 폭력’, ‘도제식 교육과 금품’, ‘도제식 교육과 비리’의 관계가 어떻게 같을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시간(time)’이다. 시간은 모든 것을 잊게도 하지만 모든 것을 흡수하게 만들기도 한다. 성장하면서 부모님의 폭력성을 오랜 시간 경험을 하게 되면 그 시간은 자녀를 집어 삼켜 평생 동안 ‘폭력적인 인간’으로 변화시킨다.
그리스 신화에서 등장하는 크로노스(Kronos)는 ‘시간의 신’이다. 크로노스는 태어나는 자식들을 삼켜버렸다. 슬프다 못해 끔찍한 이야기다. 이런 남편의 모습에 아내 레아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게 된다.
태어나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인간은 ‘시간’의 울타리에서 살아간다. 시간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시간과 싸우고, 시간에 잡혀서 어두운 감옥 속에 빠져 나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어려서 부모의 폭력과 강압적 체벌을 경험한 아이들은 ‘폭력의 시간’과 ‘강압적 체벌의 시간’에 사로잡혀 흡수해 버린다. 벗어날 수 없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한 몸이 돼버린다. 무서운 것은 그 다음에 일어난다. 자신과 함께한 그 시간들을 부모가 됐을 때, 자식이 생겼을 때 똑같이 함께 보낸다는 것이다.
학창시절 자신이 싫어하는 과목 수업시간에는 ‘시간’이 지나가지 않아서 힘이 든다. 시간이 나를 떠나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체육이나 음악 혹은 미술과 같이 좋아하는 과목 수업시간은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려 아쉬울 정도다. 시간은 흘려보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잡고 있으면 시간에게 사로잡혀 먹히게 된다. 사로잡힌 이후에는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가 없다. 싫어하는 과목의 수업의 이름을 듣기만 해도 힘들고 아프게 된다.
2011년 2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김 전 교수는 제자 폭행 의혹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나도 그렇게 배워서 잘못인 줄 몰랐다”
이 말에 따르면 김 전 교수가 자신의 스승에게도 그렇게 배웠고, 지도교수님이 자신처럼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인데 같은 지도교수님 아래서 배운 다른 제자들은 이렇게 반박했다.
“스승님께서는 철저한 예술가의 자세와 열정으로 제자들을 가르치셨으나 교육하시는 과정에서 언제나 학생들의 인격을 존중해주셨고 어떠한 경우에도 따뜻한 사랑으로 제자들을 대해 주셨다. 더 이상 이미 고인이 되어 말씀이 없으신 스승님의 덕목에 누가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스승의 교육과 인격까지 사사받은 다른 제자들과는 달리, 김 전 교수는 자신의 스승이 물려 주지도 않은 ‘폭력성’과 ‘비리’를 스승의 탓으로 돌리는 배은망덕(背恩忘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은혜를 잊고 도리어 배반을 한 김 전 교수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도제라는 것은 스승의 ‘기술’도 배우지만, 스승의 ‘인격’도 전수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김 전 교수에게 ‘성악시간’은 스스로가 만든 폭력의 크로노스였다는 것이다. 김 전 교수의 크로노스에 이미 피해를 입은 제자들과 그 부모들이 하루빨리 벗어나길 바란다.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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