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때까지 간 유승준 “입국금지는 인권침해, 해명 기회 달라” 소송

갈 때까지 간 유승준 “입국금지는 인권침해, 해명 기회 달라” 소송

기사승인 2015-11-19 00:01:57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유승준이 결국 법에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원하는 것은 단 하나, 한국 입국이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유승준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무작정 소송을 낸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 9월 LA 총영사관에 대한민국 입국 비자를 신청했다 거부되자 이달 초 서울행정법원에 소장을 냈다. 유승준은 미국 시민권자다.

유승준이 신청한 비자는 ‘F-4’비자다. 재외동포들에게만 발급된다. 그는 “나는 단순한 외국인이 아닌 재외동포인 만큼 재외동포법상 체류자격 배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준은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다 군 입영 신체검사에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은 상태에서 2002년 1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이 면제됐다. 여론의 엄청난 십자포화가 이어지자 법무부는 입국 제한조치를 내렸다. 유승준은 같은 해 2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해 미국으로 돌아간 뒤 13년째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이후 중화권으로 옮겨 활동중이다.

유승준의 소송 결과는 어떻게 될까. 일단 외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은 국가의 주권적 행위라 행정소송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법원 판례다. 본인이 재외동포라고 주장하고 있어 결과가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재외동포법 5조 2항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자’에게는 F-4 비자를 발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는 소장에서 “경제적 이유 등 피치 못할 사정에 따른 것일 뿐 병역 기피 목적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승소 확률은 미지수다.

유승준이 국내 입국을 위해 법원에 소송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했지만 한국 정부를 겨냥한 성격이 짙다. 그는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지만 기각됐다.

유승준 입장에선 참 답답하겠지만 소송 결과를 떠나 여론은 좋지 않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제는 용서해줄 때가 됐다는 반응도 있지만 ‘스티브 유’라고 조롱하며 입국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까지 비판을 받을 지경이다. 극렬한 찬반 논쟁을 넘어 지겹다는 냉소론까지 나온다. 유승준과 사건 자체를 잘 모르는 세대까지 생겨난 결과다.

올 5월 인터넷방송에 출연했을 당시 발언도 주목받고 있다. 당시 유승준은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면 두 번 생각하지 않고 군대를 가겠다”며 “어떤 방법으로도 아이들과 함께 떳떳하게 한국 땅을 밟고 싶다”고 대성통곡했다. 하지만 욕설이 흘러나온 방송사고가 같은 빈도로 언급돼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왜 갑자기 인터넷방송에 출연했는지 온갖 음모론까지 회자되고 있다.

유승준은 대체 어디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까. 일단 법무부와 병무청 입장이 나왔다. 이날 스타뉴스에 따르면 법무부 측은 “유승준은 출입국 관리법 제11조에 명시된 입국 금지 사유에 해당하는 자”라며 “해당 법 3항, 4항에 의거해 사증 발급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자 발급에서 외국인과 제외동포를 구분짓는 것은 일반적인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며 “이에 앞서 신청자가 출입국 관리법 제11조에 해당하는 지를 별도 심사한다. 유승준은 이에 해당해 별도 심사를 거쳐 사증 발급이 불허됐다”고 설명했다.

병무청 측도 “유승준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미국 국적을 취득한 미국인”이라며 “그의 입국금지 해제와 국적회복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 병역 문제도 이미 정리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현웅 법무부장관도 7월 인사청문회 당시 “병역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이탈한 사람에 대해선 국적 회복을 해주지 않는 것이 법 규정인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유승준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세종은 18일 “유승준과 가족들이 너무 오랫동안 고통을 받았다”며 “유승준에 대한 비난 중 허위사실에 근거한 부분은 반드시 본인에게 해명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승준과 가족들에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이라도 회복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며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초한 정당한 비판을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유승준 측 입장 전문.

행정소송(사증발급거부처분취소소송)의 제기와 관련된 유승준의 입장을 알려드립니다.

1. 유승준과 가족들은 너무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 왔습니다.

유승준은 1997. 4. 1. 데뷔 후 5년 동안 활발한 활동과 선행으로 많은 사랑을 받던 인기가수였으나, 2002. 2. 1. 입국이 거부된 후, 현재까지 13년 반이 넘도록 고국 땅을 밟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유승준은 지난 9월 재외동포로서 비자발급을 신청했으나 또 다시 거부되었습니다. 그 이유도 고지받지 못했습니다. 이는 행정청이 앞으로도 평생 동안 유승준의 입국을 금지시키겠다는 의사로 볼 수밖에 없어서, 유승준으로서는 부득이 사법절차를 통하여 그 부당성을 다투게 되었습니다.

2. 유승준에 대한 비난 중 허위사실에 근거한 부분은 반드시 본인에게 해명할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지난 13년 동안 유승준에 대해서 미국 시민권 취득을 둘러싼 병역기피 의혹과 관련된 많은 비난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들의 상당히 많은 부분은 잘못된 사실관계에 근거한 것이고, 지금도 인터넷 등을 통해서 일방적인 비판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무심코 던진 허위사실들이 대중들에게는 진실로 인식되었고 따라서 일방적인 매도와 비난들은 당연시되어 왔습니다. 이로 인하여 유승준은 직업도 명예도 젊음도 모든 것을 잃었지만, 아직까지도 제대로 해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가슴이 짓이겨지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유승준은 이번 행정소송을 통해서라도 그러한 허위주장과 비난들이 잘못되었음을 밝히고자 합니다.

3. 유승준과 가족들에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이라도 회복할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유승준과 그 가족들은 지난 13년여 동안 가혹한 비난과 조롱을 감내하면서 너무도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유승준은 태어나서 중학교까지 살았던 고국 땅을 밟지도 못하고 외국을 전전하면서 고국의 소중함과 그리움을 절절히 느끼게 되었고,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아이들과 함께 고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도 갖게 되었습니다. 유승준과 가족들은 한국에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자신의 명예를 최소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이라도 회복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서 유승준은 미국 시민권 취득과 관련하여 일부 잘못 알려진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서는 진정으로 용서를 구할 생각입니다.

4.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초한 정당한 비판을 받고 싶습니다.

소송을 통해서 유승준과 가족들이 오로지 원하는 것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소명하고 이에 대한 엄정한 비판을 받는 것입니다. 유승준과 가족들은 최소한의 해명의 기회조차 봉쇄당하고 일방적인 매도 속에서 13년을 넘게 살아왔지만, 이제는 한국 땅에서 직접 용서를 구하고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초한 정당한 비판을 달게 받고자 합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외국 시민권 취득을 병역 기피로 단정하고 나아가 영구히 입국금지를 시킨 사례는 유승준의 경우가 유일합니다. 관계 행정기관이 주장하는 공익은 지난 13년 반 이상의 입국금지를 통해 이미 충분히 달성되었고, 철없는 20대 청년이었던 유승준은 이제 40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대중의 평가를 통해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받을 수 있음에도, 13년을 넘어 평생 동안 입국을 금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인권 침해입니다.

유승준은 본 소송을 통해 그 동안의 사실관계와 주장들의 부당함을 다툴 예정이며 이에 대한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에 따를 것입니다. 앞으로 소송이 진행되는 만큼 소송당사자로서 오로지 법정에서만 의견을 밝힐 예정이며,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이에 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할 예정이니 이 점 널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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