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최민지 기자] 4억원대 택시사고 수리비를 대신 부담하겠다던 롯데호텔이 보험사를 통해 처리하려 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강조했던 상생과 사회공헌 활동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선 지난해 2월 신라호텔 회전문을 들이받은 택시의 배상금 4억원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통 크게 대신 배상해줘 화제가 됐던 사건과 비교해 여론을 의식한 롯데의 보여주기식 이벤트라고 꼬집었다. 당시 롯데호텔이 롯데면세점 재승인 발표를 앞두고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일본 기업’ 논란 등으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분위기 전환용으로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달 1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에서 모범택시 기사 서 모 씨가 주차장에 진입하다가 화단에 충돌한 뒤 세워져 있던 슈퍼카를 비롯, 고가의 승용차 5대를 잇따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식을 접한 롯데호텔 측은 택시기사의 개인 보험액을 제외한 수리비 약 4억원을 대신 보상해 주기로 했다.
당시 송용덕 롯데호텔 사장은 “고령의 기사 서씨가 사고 전체를 변상하기에는 엄청난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개인 보험액을 제외한 모든 배상금액을 호텔에서 부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호텔 측은 사고 사흘 뒤 계열사인 롯데손해보험에 가입해 둔 주차장영업배상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한 달 동안 보험금 지급가능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보험사에서 처리를 하게 되면 운전사한테 구상권을 청구 하게 돼있다”며 “결국 보험 처리는 운전자한테 책임을 묻게 되는 꼴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롯데호텔이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어기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롯데호텔 측은 “보험사에 문의를 한 것뿐이지 배상을 안 하려고 꼼수를 부린 건 아니다”라며 “자체적으로 배상 처리를 진행 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freepen0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