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한국 야구선수들은 실력만 우승감이 아니었다. 매너도 1등이었다.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기보다, 마지막 대결을 함께하며 준우승 메달을 목에 거는 미국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한국은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미국을 8대0으로 격파했다.
마무리 조상우(21·넥센 히어로즈)가 9회말 2사 후 마지막 타자를 루킹 삼진으로 처리하자 더그아웃에 있던 태극전사들은 일제히 마운드에 올라 기쁨을 누렸다.
선수들은 김인식 감독과 주장 정근우(33·한화 이글스)를 차례대로 헹가래를 친 뒤 기념 촬영을 했다.
그런데 우승한 팀 치고는 비교적 차분했다. 경기 전부터 선수들끼리 약속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주장 정근우는 결승전에 앞서 선수들에게 ‘우승하더라도 상대방을 자극하는 세리머니는 절대 하지 말자’고 신신당부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우승했을 때 거의 어김없이 선수들이 휘날리거나 온몸에 감고, 마운드에 꽂기도 했던 태극기도 이날은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었다.
정근우는 결승전을 앞두고 태극기를 준비하는 후배들을 오히려 만류했다.
우승 문턱에서 무릎을 꿇고 좌절해 있을 미국,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업고도 한국에 역전패해 결승전 진출에 실패한 일본을 의식한 배려였다.
실제 태극전사들은 이날 시상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미국 선수들이 한 명씩 나와 주최측으로부터 은메달을 받을 때도 뜨거운 박수로 축하해주는 성숙함을 보였다.
챔피언에 오른 태극전사들은 도쿄돔에 울려 퍼지는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 노래를 들으며 자신들을 향해 열광하는 한국 관중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모자를 벗어 목례했다. afero@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