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참으로 뻔뻔합니다. 일본 우익세력이 최근 미국의 학자와 전문가들을 상대로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역사적 사실을 전면 부정하는 서적들을 전방위로 배포하고 있다고 23일 연합뉴스가 보도했습니다.
22일(현지시간)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과 주요 대학에서 한·중·일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문제를 다루는 교수와 학자, 전문가들에게 위안부 문제가 조작됐다는 내용이 담긴 책들이 개별적으로 배포되고 있습니다. 두 권의 책은 일본 우익을 대변하는 산케이 신문사가 제작한 ‘역사전쟁’과 반한 성향의 평론·저술 활동으로 한때 한국에 입국이 거부된 적이 있는 오선화 다쿠쇼쿠대 교수가 저술한 ‘극복하기: 왜 한국은 일본 때리기를 중단해야 하는가’입니다.
두 책은 일본의 대표적 우익인사인 이노구치 구니코 참의원의 서한이 첨부돼있다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이노구치 의원은 “국내적인 정치적 야망을 품고 20세기 동아시아 역사를 부정확하게 왜곡하려는 개인들로 인해 불행한 환경이 조성돼있다”며 “이에 따라 우리는 한 언론사와 한 학자로부터 받은 서적들을 발송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역사전쟁’은 “지금까지 발견된 문서들을 보면 일본 정부가 한국 여성을 강제로 동원한 적이 없으며, 이들은 민간업자들에 의해 고용된 것”이라며 “그러나 이들이 강제로 성노예를 당하게 됐다는 잘못된 사실이 전 세계로 유포되면서 일본인들의 명예가 실추되고 일본의 국익이 치명타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나아가 ‘성 노예’ 용어를 공식으로 사용하는 미국을 ‘일본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두 서적은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수백여명의 교수와 학자, 전문가들에게도 발송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는 분노하고 있습니다.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해 소녀상 철거를 요구한 아베 정권을 비판하는 게시물이 쏟아집니다. 일본의 역사왜곡 움직임에 맞서 우리 정부도 냉정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집니다. 일본 국민들 생각이 다 저렇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있습니다.
22일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 생각납니다. 김 전 대통령은 1995년 11월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기어이 고쳐놓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에토 다카미 일본 총무청 장관의 “식민지 시절 일제가 한반도에 좋은 일도 했다”는 망언에 대한 격노였습니다. 일본의 버릇을 언제쯤 고쳐놓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