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누구를 위해 가고 있나… 그 출발과 현재

종교인 과세, 누구를 위해 가고 있나… 그 출발과 현재

기사승인 2015-11-25 06:00:55
사진=이용주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장(왼쪽)이 한국교회연합 회의실에서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한다는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를 취지로 한 종교인 과세 입법화가 국회에서 적극 논의되고 있다. 이번 정권에서만 3년째 유예를 거듭하며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한 종교인 과세가 올해엔 성사될 수 있을까?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종교소득’을 신설하는 수정안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조세소위)에 제출했다. 국회는 조세소위가 마감되는 27일 안에 수정안을 승인할지, 정부 시행령을 연기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국회의 분위기는 어떨까? 일단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라는 데에 여·야 정부의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조세소위에서는 업무용 차량, 부자감세 등 몇몇 안건에 대해서는 여야의 충돌이 있었지만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만큼은 합심한 듯 허심탄회한 논의가 이어졌다.

강석훈(새누리당) 위원장은 지난 10일 “어제부터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많은 이야기가 있었고, 진전도 있었다”면서 “상당수 의원들이 자진해서 ‘더 이상 연기할 수 없는’ 사안이라 발언하며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종교계의 엇갈린 반응

종교인 과세 입법화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종교계를 설득하는 일이다. 지난 3년간의 유예 사유도 개신교 일부 단체의 강한 반발 때문이었다.

정부에서 제안한 ‘종교소득’ 신설 안에 따르면 종교인들의 소득 수준에 따라 20∼80%를 필요 경비로 인정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필요 경비율은 소득 4000만원 미만은 80%, 4000만원∼8000만원은 60%, 8000만원∼1억 5000만원은 40%, 1억 5000만원 초과는 20%다.

지난 3년간 유예를 거듭하며 도출한 안이지만 종교계는 여전히 냉담하다. 최근 기재부는 두 차례 종교단체와 간담회를 갖고 조율에 나섰지만 쉽사리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당초 종교단체의 요구는 산발적이었고, 이 중 대다수 종교단체는 과세에 찬성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오래 전부터 자발적 납세를 이행해온 종교단체도 많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는 대표적인 종교인 과세 찬성 입장이다. 이들은 오히려 종교인 과세를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에서 제시한 ‘종교소득’이 근로소득 납세자보다 세수 부담이 적어 과세형평에 어긋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교회협은 수 년 전부터 이와 관련해 토론회를 꾸준히 열었다. 교회협은 “소득세 납부는 이웃에 대한 최소한의 사랑 실천이며, 모든 직업은 거룩한 부르심을 받은 것”이라면서 “목회자도 하나의 직업이므로 사례비를 근로소득으로 신고하는 것이 모든 근로의 존귀함을 인정하는 처사가 될 것”이란 입장을 거듭 표명해왔다. 교회협은 기능적, 절차적 지원창구를 마련해 세금납부를 독려하겠다는 뜻을 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근로소득에 포함시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교회협 측 스스로도 인지하는 모양새다. 이들은 종교인 과세가 어떤 형태로든 시행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시행령이 입법화 된 후 차차 세부 수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 17일, 100일간 연맹 홈페이지에서 벌인 ‘종교인 과세 촉구 서명운동’에 참가한 6228명의 서명 명부를 국회 기재위에 제출했다. 납세자연맹은 조세소위에 방문, 서명 명부를 보여주며 합리적인 종교인 과세 입법을 촉구하기도 했다.

“종교인 과세는 위헌”… 일부 개신교회의 반발 여전

종교인 과세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여전히 거세다. 지난 13일 기재부와 개신교 목회자들이 만난 자리에선 좀처럼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다. 양측은 과세의 기준 내지는 근거를 놓고 해석의 차이를 보이며 이야기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정부는 ‘과세 형평성 제고’를 이유로 들지만, 입법화를 반대하는 일부 목회자측은 종교인을 과세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헌법 제20조를 들며 “모든 국민에겐 종교의 자유가 있고,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명시돼있다. 이는 종교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인데, 종교인 과세는 그를 박탈하는 처사이며,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종교인 과세의 법제화는 반대하지만, 이미 몇몇 종교단체들이 자진해서 세금을 내고 있는 만큼 근로소득에 입각한 자발적 납세운동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기재부는 세무간섭의 소지를 없앤다는 취지로 종교단체의 원천징수 규정을 삭제했었다. 올해 수정안을 보더라도 종교단체가 원천징수 하지 않을 경우 종교인이 직접 신고, 납부하도록 개정했다.

그러나 반대측은 “법제화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과세의 법제화가 이뤄질 경우 성실납부 여부 확인을 위해 교회나 절 등의 종교단체에 세무조사를 진행할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쉽게 말해 정부에서 교회의 재정장부를 열람할 권한이 생긴다는 거다.

정부는 이미 재정장부 열람 권한이 있다. 연말정산에서 종교기부금 항목이 있기 때문에 헌금 등 출연재산에 대한 종교단체의 사업이 타당한지를 조사할 수 있다.

그러나 과세는 이야기가 다르다는 게 반대 측 설명이다. 납세가 법제화되면 그에 따른 세무조사가 일상·보편화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들은 ‘종교의 특수성’을 들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목회자 측은 “종교시설에 대한 세무조사는 종교기관이 국가권력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정부가 성직자를 잠재적인 탈세자로 간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종교인 과세, 득과 실은 무엇인가

종교인 과세는 1968년 이낙선 국세청장이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를 부과하겠다고 발언하며 논의가 시작됐다. 과세 형평성 제고를 종교에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중과세, 종교의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종교계와 정계 일부가 줄곧 반대하며 논의는 별 다른 성과 없이 지금까지 흘러왔다.

그러다가 2013년 소득세법 시행령이 마련되며 종교인 과세 논의가 본격적으로 점화됐다. 기재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26호를 신설, 종교인 과세의 근거를 법률에 명시했다.

그러나 종교인 과세 입법여부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종교소득 과세를 무리하게 추진하기에 부담이 크다. 종교인 과세가 ‘과세 대상 확대’의 측면에서 세수 확보의 일환으로 비춰질 여지도 있다.

기재부는 “종교인 과세의 입법은 세수 확보와 무관하며, 재정적으로 오히려 마이너스”라면서 “(입법이 이뤄진다면) 근로장려금으로 600억 원 이상이 지출되지만, 세수입은 200억 원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명했다.

또한 “종교인 과세는 헌법상의 정교분리와는 무관한 ‘국민개세주의’에 따른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강조했다.

기재부는 종교인 과세 입법이 오히려 많은 종교인들에게 정당한 혜택을 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80%에 달하는 근로소득 면세점 이하의 종교인들은 과세대상이 아니란 이유로 각종 보험으로부터 소외돼왔다. 또한 일부 종교인들은 소득 증명이 없어 비자발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중 과세’ 논란에 대해서도 기재부는 “부모가 세금을 냈어도 증여세를 또 납부하듯, 종교인 과세를 이중 과세로 보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교회협 강석훈 홍보실장은 “교인이 사전에 세금을 냈다고 해도 종교단체가 세금을 내는 게 아니라 각 종교인이 소득에 한해 세금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중과세라는 프레임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논의는 이미 득과 실의 무게를 재는 수준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종교인 과세 입법화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무엇에 초점을 두고 있는지를 제대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 어찌됐든 조세소위는 이번 주 내에 ‘결론’을 내야 한다. daniel@kukimedia.co.kr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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