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메르스 종식’과 저울질 된 환자의 생명

[친절한 쿡기자] ‘메르스 종식’과 저울질 된 환자의 생명

기사승인 2015-11-25 14:50:55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80번째이자 마지막 감염자였던 A씨가 합병 후유증으로 25일 새벽에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이로써 지난 5월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이래 190일 만에 감염자가 한명도 안 남게 됐습니다.

방역당국은 국제기준에 따라 28일 후인 다음달 23일 메르스 종식을 공식 선언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마지막 환자에 대한 한 가지 논란이 있습니다. 그가 기저질환인 ‘악성 림프종’을 앓고 있던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과잉진료를 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의혹입니다. 심지어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메르스 조기 종식을 위해 일부러 마지막 환자의 죽음을 종용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80번째 환자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에 근거한 ‘팩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80번째 환자가 5월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가 지난 6월8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기저질환으로 ‘악성 림프종’을 앓던 A씨는 항암제 투여로 면역력이 떨어진 까닭에 메르스 유전자 검사에서 음성과 양성 판정을 오갔다.

-지난 1일 완치판정을 받았다가 열흘 뒤 양성판정을 받아 재입원됐다.

-잠복예상기간을 기존 14일에서 28일로 늘려 음압실에 격리했다.

-총 172일 동안 메르스 투병생활을 하다가 기저질환에 결국 사망했다. 172일은 세계 최대 기간이다.


최근 A씨와 관련해 의혹이 불거진 건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 때문입니다. 지난달 26일 WHO는 한국 방역당국과 가진 메르스 자문회의에서 ‘전파 가능성 해소(The end of transmission)’란 소견과 함께 “80번 환자의 유전자 검사결과를 볼 때 감염성이 현저히 낮다. 유행이나 전염 가능성은 없다”고 의견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라며 환자를 놔주지 않았습니다. 지난 1일 완치판정을 내렸다가 열흘 뒤 다시 입원시켰습니다. 잠복예상기간도 기존 14일에서 28일로 늘렸습니다.

A씨의 상태는 점점 심각해졌습니다. 지난 172일 동안 ‘메르스 환자’란 딱지가 붙은 그는 항암치료 등 기저질환에 대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25일 새벽 3시,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현재 온라인에는 A씨의 부인, 동생, 선배, 친구를 자처한 이들이 호소의 글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습니다. 일부는 음모론을 제기했고 어떤 이는 안일한 대처에 강력한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특히 A씨의 동생이라 자칭한 이가 쓴 글은 일약 온라인 커뮤니티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글쓴이는 “형은 전염성이 전혀 없는 상태이고 그것은 지난번 퇴원했을 때 살을 맞대고 지낸 가족들에게 아무런 증상이 없었던 걸로 증명됐다”면서, “그런데 질본(질병관리본부)이나 서울대(병원) 측은 형을 계속 음압실에 가두고 림프종 치료를 못 받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그는 지난주 수, 목, 금 세 차례 메르스 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잠복기를 기존 14일에서 28일로 늘리며 사실상 형을 죽여 메르스를 종식시키려 한 게 아닌가란 의문을 던졌습니다.

문득 작년 4월의 세월호 참사가 떠오릅니다. 당시 몇몇 기관과 사람들은 배를 ‘일부러’ 뒤집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고, 지금도 SNS에선 그런 류의 의혹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만큼 비인간적인 행동은 없습니다. 하물며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탐욕에 의해 사람의 목숨이 휘둘린다면 그는 ‘악’으로 엄중히 처벌받아야 할 것입니다.

이번 음모론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판단할만한 결정적인 근거가 있는 건 아닙니다. 보건당국이 그간 메르스 사태로 갖은 홍역을 치렀기에 ‘전염 예방’에 몰두한 것 또한 일면 타당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민적 분노가 강남의 한 병원에 쏠리는 이유는 마지막 환자의 생명이 ‘메르스 종식’과 저울질됐기 때문입니다.

A씨가 메르스 의심환자로 치료받는 동안 주변인들의 가슴은 탔습니다. 합리적으론 그의 치료가 우선임에도 원칙상 치료할 수 없다는 병원의 대답은 가족의 가슴에 못을 박기에 충분했을 겁니다.

이제 남은 건 ‘메르스 종식’이라는 기쁜 선언뿐이지만, 가슴 한 편에 휑한 아픔이 남아있는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dani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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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니엘 기자
daniel@kukimedia.co.kr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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