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그래도 ‘간장 두 종지’ 만큼 큰 웃음을 준 게 최근에 있었더냐”

[친절한 쿡기자] “그래도 ‘간장 두 종지’ 만큼 큰 웃음을 준 게 최근에 있었더냐”

기사승인 2015-12-01 14:48:55
자료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국내 최장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인 KBS2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이 7년(2008년 9월) 만에 한 자리 수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지난 30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9일 방송된 개그콘서트는 전국 시청률 9.9%를 기록했습니다. 15일 방송분(10.1%) 보다 0.2%포인트 하락한 수치입니다. TNMS 조사에서는 8.6%입니다.

저는 재미있던데 사람들의 눈에 예전만큼은 아닌 듯 합니다. 제가 워낙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예전엔 ‘너무’ 재미있었고, 지금은 그냥 재미있다고 믿고 싶기도 합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웃음에 인색해진 게 아닌가.’

사람이 울적하면 기분 전환을 위해 코미디를 찾을 수 있지만, ‘너무’ 암울하면 코미디를 봐도 웃음이 나오지 않고, 그러다 보면 ‘이제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 찾지 않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니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시절이기도 합니다. 오늘이 12월 1일인데, 11월 한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번 떠올려봤습니다.

이준구 서울대 교수가 “현대판 ‘분서갱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과정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확정고시를 하던 날, 일국의 총리(황교안)라는 자는 “전국에서 세 학교만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고, 나머지 99.9%는 편향성 논란이 있는 교과서를 선택했다”며 대놓고 ‘뻥’을 쳤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국정 역사교과서의 ‘간판’으로 내세운 인물(최몽룡 서울대 교수)은 초빙이 되자마자 여기자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며 사퇴하는 촌극을 연출했습니다.

잠잠하던 어느 날, 슬픈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 IS(이슬람국가)의 유혈 테러로 무려 1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대통령이 이런 타국의 비극을 이용해 참 묘하게도 속을 긁어놨습니다. 14일 ‘민중총궐기’와 관련해 시위대의 복면 착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IS도 복면을 쓰지 않느냐”는 듣고도 믿지 못할 말을 했습니다.

어느 나라나 국민의 대규모 궐기에서 과격한 장면은 나옵니다. 복면도 씁니다. 의심이 되시면 인터넷에서 검색해보시면 됩니다. ‘인증샷’이 남아돕니다. 물론 다른 나라 정부도 시위대의 폭력적 행태를 비난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자국민을 사람을 참수하고 태워 죽이는 극악무도한 테러단체와 비교하는 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 ‘민중총궐기’가 열린 날에 농민 1명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후 아직도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IS를 운운하며 ‘복면’에 그렇게 날을 세우던 대통령은 의식을 잃은 국민 1명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이렇게 웃기 힘든, 웃어봐야 ‘쓴 웃음’일 수밖에 없는 시절에 30일 앞자리에 앉은 회사 후배가 메신저로 “선배 이거 보셨어요?”하며 기사 링크를 하나 보내줬습니다.

바로 장안의 화제, 조선일보의 ‘간장 두 종지’ 기사였습니다.

‘마감날 문득’이라는 이름에서 소소한 소재로 글을 쓰는 코너라는 건 대강 짐작할 수 있었지만, 처음 읽었을 땐 ‘이게 대체 무슨?’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해를 못한 거죠. 저보다 경력, 경험, 능력 등 모든 게 다 월등한 대형 언론사의 기자 선배가 일상의 작은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분명히 ‘숨은 메시지’를 담아 놓았을 거라고 생각해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을이 갑을 만든다’는 부분에 잠시 주목하기도 했지만, ‘간장을 안 줬다는’ 중국집의 ‘공개 의지’를 나타낸 마지막 문장에서 진정성은 확 떨어져 버렸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제가 계속 웃고 있더군요.

코미디의 ‘최강자’를 자타가 공인하는 개그콘서트마저 시청률이 한 자리 수로 떨어지는 시절입니다. 최고의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종합일간지의 일부 지면이 가볍고도 가벼운 글에 허비됐다는 건 아쉽지만, 오늘 후배들과 점심을 먹으러 나가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간장 두 종지’ 기사 너무 뭐라고 하지 마. 그래도 최근에 그것만큼 큰 웃음 준 게 있었니?”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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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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