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VS 의료계, 이번엔 실손보험 자동청구로 ‘갈등’

보험업계 VS 의료계, 이번엔 실손보험 자동청구로 ‘갈등’

기사승인 2015-12-10 09:26:55
[쿠키뉴스=김진환 기자] 금융당국이 실손의료보험 청구를 의료기관이 대행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달 ‘심사위탁’ 논쟁에 이어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갈등의 골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환자가 동의한 경우 의료기관이 보험회사에 진료기록을 제공토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보험금 청구를 가입자가 아닌 병의원이 대행함으로써 보험 가입자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의료계는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보험사들이 축적된 진료정보를 통해 소비자에게 더 불리한 상품을 만들고 병원이 과도한 행정적 부담을 안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손보험 자동청구 시스템은 환자의 동의를 받아 병원이 직접 보험 청구에 필요한 진료기록과 함께 실손보험 요청서를 보험사로 보내는 자동화 방식이다. 현재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병원에서 진료기록이나 영수증, 진단서를 받아 청구서, 신분증, 통장사본, 정보이용동의서 등을 첨부해 보험사에 제출하거나 우편으로 보내야 한다.

자동청구 시스템이 시행되면 소비자들이 번거로운 절차 때문에 소액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거나 보험금 지급 대상임을 몰라서 미청구하는 사례가 사라지게 된다. 또 각종 서류 발급에 따른 수수료 부담도 덜게 된다.

일단 보험 업계는 자동청구 시스템 도입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체계화되고 정교화된 고객 데이터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상품 개발에 활용, 손해율이 낮은 상품을 만드는 주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또 병원의 각종 진료와 그에 따른 병원비에 대한 통계치도 얻을 수 있어 손해율 급상승의 주요 원인이 되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표준화된 데이터 산출도 가능하게 된다. 그러면 추진이 무산됐던 비급여 부분 심사위탁에 대한 명분도 확보되는 등 여러모로 실익이 된다는 평가다. 물론 보험금 지급 요청 절차가 간편해지면 소액 진료비 지급 건수도 늘어나 보험금 지급액은 현재보다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얻게 되는 이익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의료계의 반발은 거세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8일 공동성명을 통해 “보험금 자동청구 시스템은 실손의료보험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위탁 심사에 이은 민간보험사의 이익 챙겨주기 정책의 연장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의협과 병협은 자동청구 시스템이 도입되면 환자의 진료기록이 쉽게 넘어가 보험사들이 병력 및 진료행태 분석을 통해 더욱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상품개발에 활용할 것으로 봤다. 환자의 민감한 병력이 유출될 가능성도 커지고 보험료 갱신 또는 가입 거절의 수단으로 악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의료기관의 행정적 부담도 지적했다. 의원급의 소규모 병원의 경우 별도의 행정인력이 없어 의사나 간호사가 청구 업무까지 떠안게 돼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결국 환자 진료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입장이다.

두 단체는 “맹목적인 민간보험사 챙겨주기식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며 “현재 운영 중인 10만원 이하 영수증 청구 한도 금액을 올리고 고객이 납부한 보험료가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상품구조에는 문제가 없는지부터 먼저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손해보험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보험연구원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1만원 이하 외래진료비에 대한 실손 보험금 미청구율이 51.4%에 달했다”며 “자동청구 시스템이 도입되면 환자들의 행정적 불편과 불필요한 의료행위가 많이 감소하게 되는 긍정적 효과가 있으므로, 소비자 편익이 증대되는 방안으로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goldenba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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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 기자
goldenba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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