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롤챔스(LCK) 중계권 분쟁, 팬들이 납득할만한 결론 내야

[기획] 롤챔스(LCK) 중계권 분쟁, 팬들이 납득할만한 결론 내야

기사승인 2015-12-11 10:28:55

“맛은 괜찮은데 손님이 얼마 없는 식당이 있습니다. 가게주인이 사비 털어가며 홍보해서 유명 맛집이 됐죠. 그런데 건물주가 건물 소유권을 근거로 가게를 내놓으라 하네요.”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최근 한 리그 오브 레전드(LOL) 커뮤니티에서 나온 ‘배댓(베스트댓글)’이다. 대체로 많은 팬들이 지금의 상황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다.

건물주와 제3자의 투자가 있었다는 점에서 비유가 들어맞진 않지만, 스타크래프트 ‘중계권 사태’에 빗대 이번 분쟁을 심각히 여기는 팬들의 시선은 그만큼 곱지 않다.

지난 주 국내 롤 대회인 롤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의 ‘중계 분할’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 발단은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라이엇)가 입장문을 발표하면서다. 라이엇 이승현 대표는 지난 3일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summer)의 정규 시즌 매치업 일부를 타 방송사(SPOTV)를 통해 중계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낮 시간대 중계 등 팬들이 겪었던 불편함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반발한 OGN은 “내년 4월 개관 예정인 상암동 IT 컴플렉스 e스포츠 전용 경기장에 동시에 두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팬들이 겪는 불편’에 대한 보완책을 이미 라이엇측에 전달한 상태”라면서, “이번 사안을 단순히 중계권과 수익적 측면에서 바라보지 않고, 한국 e스포츠의 주권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프로게임단의 협의체인 한국e스포츠협회(케스파)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들은 입장 발표문을 통해 “OGN은 롤챔스에 대한 라이엇과 협회, 협회 소속 팀의 투자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LCK 콘텐츠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중계권 분쟁, '공로' 대결로

지금의 중계권 분쟁은 롤챔스에 대한 ‘공로 대결’처럼 비춰지고 있다. 세 집단은 각자의 논리로 이번 논란에 대한 나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계권 문제가 한창 불거졌을 당시 종목 콘텐츠를 공공재로 봐야 한다는 해석은 결국 ‘엉터리’로 밝혀졌다. 축구, 농구 등의 스포츠와 달리 e스포츠에서 활용되는 종목들은 모두 제작사가 있고, 그들에게 전적인 재산권이 있다.

때문에 이번 분쟁에서 ‘슈퍼갑’은 라이엇게임즈다.

그들이 지난달 25일 ‘LEAGUE OF LEGENDS CHAMPIONS KOREA’, 곧 국내 롤 대회에 대한 상표권을 출원한 것도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다. 케스파가 “라이엇게임즈가 사실상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밝힌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롤챔스’라는 명칭으로 이를 키워온 주체가 중계사인 OGN이란 점에서 팬들은 라이엇의 이번 중계권 분쟁과 상표 출원에 의문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다.

OGN으로선 꽤 서운할 법 하다. 원천 소스를 가지고 대회를 꾸리고 만들어가는 모든 방송과정을 도맡아 감당해왔기 때문이다. 이들이 ‘주권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한 표현도 일면 타당하다.

그렇다고 라이엇이 ‘갑질’을 했다고 볼 수도 없다. 롤챔스의 ‘외적인 표상’이 방송이라면, ‘내적인 투자’에서 라이엇이 들인 공도 상당하다. 특히 과거 스타크래프트 중계권 사태가 드리운 명암을 거울삼아 다방면에서 꽤 세심한 배려를 했다.

라이엇은 롤챔스를 비롯한 글로벌 리그 중계 제작을 위해 매년 100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또한 LOL의 지적재산권을 가진 실소유주임에도 중계권료를 단 1원도 받지 않았고, 프로게이머들을 위한 최소 연봉(20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사정을 아는 이들은 이번 중계분할 요구가 라이엇이 행한 ‘첫 자기주장’이라 평가하기도 한다. 그만큼 라이엇은 많은 부분에서 양보의 미덕을 보여줬다.

케스파가 거론되는 이유

이번 분쟁에 언뜻 연관이 없어 보이는 케스파가 커뮤니티와 언론에서 연신 거론되는 이유는 과거 SPOTV GAMES 론칭에 끼친 영향력 때문이다.

케스파는 프로게임단이 모여 만들어진 단체다. 자연히 게임단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과 프로게이머들의 입장을 최우선적으로 대변한다.

과거 OGN에서의 스타크래프트2 팀리그(프로리그) 중계가 사실상 무산되자 협회는 적극적으로 SPOTV GAMES 론칭에 투자했다. 스타크래프트를 종목으로 한 게임단과 프로게이머가 다수 등록돼있는 상황에서 선택한 미봉책이었다.

스타리그, 프로리그는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달 열린 스타크래프트 WCS 글로벌 파이널에서 16강의 15자리를 한국인이 차지한 것만 보더라도,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저력은 여전하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케스파의 꾸준한 노고가 있다.

실책도 있었다. 블리자드와의 마찰 당시 지적재산권 이슈를 놓고 ‘공공재’ 논리를 피며 갈등을 지폈다. 또 스포츠중계 전문업체와 다소 매끄럽지 못한 중계권 계약을 맺으며 팬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케스파 측은 “통렬한 반성”이란 표현으로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결국 돈 문제인가

케스파가 SPOTV GAMES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탓에 이번 중계권 분쟁을 케스파 수익 확장의 일환으로 이해하는 시선도 있다. 라이엇은 롤챔스 소유권에 관한 우위를 공고히 하고, 케스파는 수익을 챙긴다는 거다.

케스파는 “SPOTV GAMES는 협회의 제작지원 투자 대상이지, 협회가 투자를 받거나 이익을 내는 상대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둘 간의 긴밀한 관계를 이번 중계권 이슈에서 완전 분리해 볼 수만은 없는 듯하다.

OGN, 케스파, 라이엇은 2013년 MOU를 체결했다. 케스파는 당시 프로팀들의 LOL팀 확대와 새로운 스폰서 유치, 콘텐츠 판매처 확대 등의 역할을 맡았고, OGN은 방송 운영, 방송 콘텐츠 생산을 맡았다.

이후 OGN은 롤챔스를 세계 최고의 리그가 되도록 방송콘텐츠의 질을 향상시켰다. 케스파는 네이버 e스포츠 페이지 신설, 진에어 스폰서 유치, 삼성 LOL팀 신설, T LOL 론칭 등의 성과를 거뒀다. 케스파의 노력은 OGN의 온라인콘텐츠 사업성을 증진시켰다. 때문에 OGN은 케스파 측에 온라인콘텐츠 판매 순이익의 20%(연 약 3억원)을 지급했다.

이에 대한 보답은 아니지만, 케스파 측도 국고, 자비 등 약 10억원을 각종 대회 및 콘텐츠 제작지원에 썼다. 그만큼 양측의 사업은 상호보완적이고, 양보와 협의에 의해 이어졌다.

이번 중계권 분쟁을 놓고 ‘자본의 논리’에 근거한 갖은 추측과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e스포츠가 하나의 산업으로서 성장했다 인정할 수 있다면, 수익을 확대하고, 이윤창출의 범위를 넓히는 행위를 싸잡아 비난할 필욘 없다.

한편으로 세 단체가 롤챔스를 떠받치는 세 기둥이라면, 어느 하나가 배제될 수 없는 ‘공생관계’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의 롤챔스가 있기까지의 공로는 서로 간에 충분히 인정돼야 하고, 혹여 분할중계가 실현된다면 그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도 분명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세 단체의 수익구조는 상이하고, 때문에 이견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중계권 이슈로 이번 일이 표면 위로 떠올랐을 뿐이지, 그 전에도 유사한 마찰은 비일비재하게 있었다. 그럴 때마다 토론과 조정으로 합의를 도출하며 ‘사업 파트너’로서 함께해 온 셋이다.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세 곳 관계자 모두 이번 현상을 갈등이 아닌, 협의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데에 대체로 공감했다. 이미 상당부분 논의의 진척이 있었다는 소식도 전했다. 팬들은 다만 결과를 기다릴 뿐이다. 국내 e스포츠 발전이라는 큰 그림 하에 보다 대승적 결과가 도출되길 말이다. dani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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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니엘 기자
daniel@kukimedia.co.kr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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