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형 내거] 싸이 콘서트 마지막곡은 감동적인 무반주… 첫 차 기다리는 팬들에게 화답

[이 형 내거] 싸이 콘서트 마지막곡은 감동적인 무반주… 첫 차 기다리는 팬들에게 화답

기사승인 2015-12-28 11:13:55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취향은 다르고 존중받아야 한다. 콘서트 예매도 마찬가지다.

양일 이상 공연할 때 관객이 선호하는 시점은 뚜렷이 엇갈린다. 콘서트 첫날은 가수나 관객이나 신선함이 가장 치솟는다. 하지만 첫 무대라 예상치 못한 실수가 나올 수 있다. 마지막날은 가수의 성취감이 최고조에 달하지만 지구력이 약한 가수의 경우 컨디션이 저하될 수 있다. 사흘 공연할 때 중간에 낀 날은 신선함이나 감동이 다소 약할 수 있지만 예매하기가 가장 수월하다. 공연 업계 관계자는 “이틀 공연이면 엇비슷하지만 사흘 이상 공연할 때는 최종 공연 예매율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했다.

27일 새벽 싸이는 대다수 관객들이 왜 마지막날 공연을 선호하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싸이는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올나잇 스탠드 2015-공연의 갓싸이’를 개최했다. 크리스마스 대목을 노린 영리한 선택이었다. 다른 가수들도 이 기간, 이 공간을 노렸지만 싸이 이름값에 밀렸다는 후문이다.

싸이는 콘서트 최종일 오후 7시45분과 11시45분 2회 공연을 준비했다. 하루 2회 공연에서 최소 중간휴식 30분 정도가 필요하다고 볼 때 3시간30분 라인업을 준비한 셈이다. 대동소이한 셋 리스트로 치러졌지만 하이라이트는 11시45분 공연이었다. 싸이는 “24일 첫 공연은 기자들이 많이 와서, 25일은 포털사이트 네이버 V앱 생중계, 좀 전에 진행된 공연은 한 회 공연이 더 남아 있었기에 마음껏 즐기지 못했다. 더 이상 남은 공연도 없고 이 시간에 미성년자도 없어 보인다. 오늘 제대로 즐겨보자”고 말하며 숱한 히트곡들을 쏟아냈다.

공연은 27일 새벽 4시가 가까워져서야 끝났다. 싸이는 퇴장했지만 수백 명의 팬들은 여전히 공연장에 남아있었다. 대중교통 첫 차 시간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밖이 체감온도 영하 10도가 넘는 강추위라 주최 측은 관객들의 퇴장을 종용하지 않았다.



이때 싸이가 갑자기 나타났다. 남아있는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해서였다. 싸이가 돌아서려는 순간 관객들 사이에선 “앵콜”을 외치는 소리가 잇따랐다. 이들은 “첫 차 시간이 5시인데 아직 1시간 정도 남았다”며 한 곡 더 불러달라고 싸이에게 요청했다. 어디까지나 애교 섞인 장난에 가까웠다.

싸이도 “평소 같으면 앵콜 노래를 부르면 되는데 지금은 전기를 다 내렸다”고 난처해했다. 이에 한 팬이 “무반주로 불러도 좋다”고 답하자, 싸이는 망설이다 “팬들 앞에서 무반주 노래는 처음”이라며 히트곡 ‘챔피언’을 열창했다. 주변에선 놀랍고 고맙다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노래를 마친 싸이는 “따뜻하게 잘 쉬다가 첫 차 타고 가세요. 내년에 만나요”라고 끝인사를 남겼다. 팬들은 “감사하다”며 퇴장하는 싸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 장면은 그대로 ‘인간난로 박재상’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올라왔다. 따뜻한 마음씨를 극찬하는 표현으로 이 동영상은 27일 오전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최대 화제가 됐다.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이 “몇 시였나?”라고 묻자, 팬은 “새벽 4시30분”이라고 답했다. 싸이를 월드스타 반열에 올린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조횟수까지는 나오지 않겠지만 싸이의 ‘레전드 영상’이 또 하나 생긴 것 같다.

△코너명: 자랑할 이, 형 형, 어찌 내, 횃불 거. ‘어둠 속 횃불같이 빛나는 이 형(혹은 오빠, 언니)을 어찌 자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라는 뜻으로, ‘이 오빠 내 거’라는 사심이 담겨있지 않다 할 수 없는 코너명."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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