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강동원이 새 집을 구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와 더불어 국내 양대 연예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입니다. 보통 이사는 전에 살던 집도 무척 마음에 들지만 더 좋은 집으로 가고 싶을 때나 기존 집이 별로일 때 계약 만료를 기다려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강동원은 어떤 경우에 해당할까요? 지난해 11월 UAA(United Artists Agency)와 계약이 만료된 후 별다른 언급이 없는 것을 보면 기존 소속사에 대한 특별한 불만은 없는 것도 같습니다. 실제 UAA에는 송혜교과 유아인 등 좋은 배우가 많죠. 하지만 대부분 연예인들과 소속사가 결별할 때 상투적으로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는 것을 보면 속사정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YG는 두 말 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좋고 안정적인 보금자리입니다. 그룹 빅뱅은 엑소와 더불어 가요계에서 적수가 없고, 싸이는 여전히 월드스타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단기간에 인지도가 급상승한 아이콘은 YG의 유망주 발굴과 육성 능력을 입증합니다. 방송작가 출신 유병재 영입에서 드러나듯이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 멤버에서 아예 세간의 평가가 달라진 양현석 대표는 프로듀서를 넘어 코스닥 상장 기업을 탄탄하게 이끌고 있습니다. 소위 ‘친YG’로 불리는 매체들이 있을 정도로 언론 환경을 잘 구축한 것도 YG의 숨겨진 강점입니다.
문제는 강동원이 배우라는 점입니다. 모델 출신 강동원은 2003년 MBC ‘위풍당당 그녀’로 데뷔해 2004년 영화 ‘늑대의 유혹’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뒤 스크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빼어난 외모에 가려져 연기력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전우치’ ‘의형제’ ‘군도:민란의 시대’ ‘검은 사제들’로 500만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흥행력을 입증했습니다. 멜로와 액션, 스릴러 등 코미디를 제외하고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장점은 JTBC ‘뉴스룸’ 출연 당시 새삼 입증된 화제성과 만나 강동원 만의 티켓 파워를 구축했다는 평입니다.
그런데 YG는 아직까지 스크린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영화 중심의 회사도 아니었고, 배우 보다는 가수 중심의 회사 행보였습니다. YG에 소속된 차승원은 최근 영화로 별 재미를 보지 못했고 오히려 tvN ‘삼시세끼’가 먼저 떠오릅니다. 최지우도 YG행 이후 별다른 스크린 흥행작이 없습니다. YG가 크고 유명한 비싼 집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 배우로서 제대로 발전을 꾀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 강동원의 일부 팬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배우 중심의 소속사를 찾았어야 한다는 의견도 보입니다.
YG는 강동원의 생일인 18일 영입을 발표하면서 양현석 대표가 ‘강동원 전담팀’을 별도로 구성해 직접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담팀’은 거창해 보이지만 이미 톱 연예인들은 전담 인력을 누리고 있습니다. 보다 더 누리고 싶어서 1인 소속사를 직접 차리기도 합니다. ‘직접 관리’도 강동원 만을 위한 성찬으로 보이지만 양 대표는 이미 소속 연예인들을 직접 관리하고 있습니다.
YG와 강동원이 의기투합한 결정적인 배경 중 하나는 해외진출로 보입니다. 양 대표는 “안정적인 작품활동과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고, 강동원도 “양 대표의 안목과 추진력,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네트워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화답했습니다.
문제는 현재까지 가수 중심이었던 YG 행보로 볼 때 강동원의 YG행이 해외진출 추진 말고는 별다른 실익이 없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충무로에서 흥행력이 검증되기까지 고생한 강동원이 영화에 대한 각종 노하우를 YG에게 전수해야 할 부분이 더 많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물론 이런 부분을 감안해 세부적인 계약 조건이 결정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YG가 강동원을 활용할 마케팅 포인트도 모두 포함됐겠죠.
야심찬 해외진출도 쉽게 이뤄지는 부분이 아닙니다. 배우의 해외진출은 출연한 영화가 국지적 혹은 세계적으로 소비되거나 이병헌처럼 배우가 외국 영화에 캐스팅돼야 가능한 일입니다. 전자와 후자 모두 무척 어렵습니다. 해외 유수 시상식에서 이름을 떨친 감독과 작업하는 편이 차라리 낫습니다.
물론 YG의 강동원 영입이 기존의 가수 중심에서 배우 중심, 나아가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탈바꿈하려는 신호탄이 될 수 있습니다. 상호 교류가 활발한 배우 직업 특성상 다른 감독·배우들과 시너지 효과도 소속사 틀을 넘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새 집을 찾은 강동원이 왜 그 집을 골랐는지 증명해내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