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신앙’ 없이 ‘신학’만 가득찬 목사父, 딸을 ‘백골’로 만들다

[이슈 인 심리학] ‘신앙’ 없이 ‘신학’만 가득찬 목사父, 딸을 ‘백골’로 만들다

기사승인 2016-02-04 10:43:55

지난달 부천 초등생 아들 시신훼손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여중생 딸이 집안에서 ‘백골 시신’ 상태로 발견된 사건이 일어났다.

이처럼 입에 담기도 힘든 사건들에 관한 내용을 글로 써서 언론에 토해내는 것 또한 두 딸의 아빠로서 힘이 든다. 인터넷에 쏟아지고 있는 사건의 골자들은 ‘목사’, ‘독일 유학 박사’, ‘대학교 겸임교수’라는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그런데 그 뒤엔 ‘폭력 아버지’, ‘계모’, ‘폭력 새 이모’, ‘가출한 오빠’와 같은 ‘그림자’가 존재한다.

우린 이런 사건 소식을 접하면 자연스럽게 ‘어떻게 부모가 자식에게 저럴 수 있지?’라는 생각을 처음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바로 ‘그림자’를 보면 알 수 있다.

심리학 용어 중에 ‘헤일로 효과(halo effect)’라는 것이 있다. 사람이나 물건을 평가할 때 원래 가지고 있는 일부 특징을 넘어서 전부로 인식하는 오류를 뜻한다.

내용은 볼품없지만 포장이 화려하다면, 화려한 포장 때문에 내용까지 화려할 것이라고 잘못 인식하게 된다.

이번 사건에서 유독 강조되는 ‘목사’, ‘독일 유학파 박사’, ‘겸임교수’라는 특성들은 한 사람이 원래가진 것보다 매력이 더 커 보이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빛이 크고 높을수록 가려지는 자신의 본 모습은 더 깊고 진하고 어두워지게 된다.

목사로서 가정을 뒤로하고 직책과 직위 그리고 세상의 이름을 앞세우다 보면, ‘신앙(faith)’이 깊은 것이 아니라 머리만 살아 있는 ‘신학(theology)’만 높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신학’을 입에 담고 머리를 반짝이지만 반대로 가슴은 썩어 문드러져 칠흑같이 어두워 악마가 자리하기에 편해진다. 살인이나 성폭력을 저질렀지만 버젓이 목회활동을 하는 목사들은 악마에게 가슴을 빼앗겨 자신의 죽은 신앙의 그림자를 감추기 위해 눈부신 ‘신학’을 근거로 스스로를 높인다. 스스로가 낮아지고 낮아지면 눈이 멀게 될까 두려워한다. 그 이유는 그 낮은 곳에 신학자는 없고 오직 가슴에 예수님을 품은 신앙인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곳엔 요즘 소위 말하는 ‘개독’은 없고 기독인만 존재한다.

막내였던 딸이 초등학교 4학년이던 2012년부터 자신의 집이 아닌 계모의 동생 집, 즉 새 이모의 집에서 폭행을 자주 당해 가출까지 했다. 2007년도 당시 6세였던 막내딸은 암으로 인한 친엄마의 사망을 경험했다. 겉으로는 어려서 자신의 아픔을 잘 표현하지 못하지만 남들보다 빠른 사춘기를 겪고 또 엄마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비뚤어진 말과 행동을 통해 드러내는 것은 일찍 엄마를 잃은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심리학에서는 ‘퇴행(regression)’이라고 한다. 현재의 나이에 맞게 알맞은 행동을 하지 않고 나이보다 이전 발달의 모습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이런 퇴행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의 원인을 살펴보면 많은 경우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는 것이다. 부성애로 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을 아이를 계모의 동생 집으로 보내서 홀로 살아가게 만든 것은 ‘정신적 살인’과 같을 수 있다.

‘아빠 나 미치도록 엄마가 보고 싶어!’, ‘아빠 나 외로워!’라고 외치는 딸의 마음을 듣지 못한 채 재혼한 아내와 빗자루와 빨래 건조대로 5시간 동안 폭행했다. 그리고 얼마 후 딸이 숨졌다고 진술했다. 부모의 폭력에 의해 아이의 몸의 에너지가 꺼지기 전에 이미 정신적으로 자살했을 가능성이 높다.

1960년에 미국자살학회 설립자인 에드윈 슈나이만(Edwin Shneidman)은 ‘심리부검(psychological autopsy)’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즉, 자살한 사람의 사체를 부검하는 것이 아니라, 죽인 사람의 삶의 방식을 재구성 하고, 주변인들의 심층적인 이야기를 통해 심리적 행동양상과 변화의 상태를 파악하면서 원인을 밝히는 것을 말한다.

‘오빠의 가출’, ‘언니 역시 지인 집에서 성장’, ‘막내딸의 잦은 가출’

이 모든 상황은 자녀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아내가 힘들어해서 막내딸을 아내 여동생 집에 보냈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딸아이는 일찍 잃어버린 모성을 부성으로도 채우지 못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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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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