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101’ 이름 없는 소녀들의 무한 경쟁

‘프로듀스101’ 이름 없는 소녀들의 무한 경쟁

기사승인 2016-02-05 14:34:55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Mnet ‘프로듀스 101’은 일종의 걸그룹 인턴 전형이다. 1년 동안 걸그룹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특전을 위해 101명의 여자 연습생들이 모였다. 서류와 면접 전형, 합숙을 거쳐 11명의 우승자를 선발하는 과정은 기업의 인턴 채용 과정과 다르지 않다. 대국민 인기투표로 당락을 결정짓는 것도 인기가 곧 경쟁력인 ‘걸그룹 직종’에 어울리는 방식이다. 10:1에 가까운 높은 경쟁률은 현실에서는 흔하디 흔한 수치다.

‘프로듀스 101’은 101명이라는 출연자 숫자로 주목받았다. 3명이 중도 하차해 98명이 된 연습생들은 지난해 12월 방송된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 신곡 ‘픽 미(Pick Me)’로 데뷔 무대를 선보였다. 한 무대에 서기에 인원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이날 무대는 방송국이 아닌 체육관에서 사전 녹화됐다. 한 무대에 오른 98명의 무대를 본 네티즌들은 ‘징그럽다’, ‘일본 아이돌을 따라했다’고 비판했다. 호평은 거의 없었다.

자연스레 ‘프로듀스 101’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공정성 논란도 그 중 하나다. 한정된 방송시간 때문에 모든 연습생이 방송 분량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정한 인기 경쟁이 이뤄질 수 있냐는 지적이다. 몇몇 연습생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눈물 흘릴 기회가 주어지지만, 대부분의 연습생들은 얼굴, 혹은 이름조차 등장하지 못한다. 중소 기획사 소속 연습생들에 비해 유명 기획사 소속 연습생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방송 분량을 차지한다. 시작부터 공정하지 못한 경쟁이다.

또 Mnet ‘식스틴’에 출연했던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전소미나 지난해 그룹 다이아로 데뷔했던 MBK엔터테인먼트 소속 기희현, 정채연은 이미 얼굴이 알려진 연습생들이기에 다른 참가자들보다 유리하다. 실제로 전소미는 2주 연속 인기투표 1위 자리를 지켰다. 정채연, 기희현은 8, 9위에 올라 있다. 이에 대해 Mnet 한동철 국장은 지난달 21일 열린 ‘프로듀스 101’ 제작발표회에서 “출발점이 다른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출발점이 같은 세상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맞는 말이지만 잔혹한 말이기도 하다.

연습생들을 A~F등급으로 구분한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마치 소고기 등급을 나누듯 연습생들을 등급으로 분류하는 방식이 심했다는 얘기다. 각 등급의 연습생들은 팀을 이뤄 팀장도 뽑고 다른 연습실에서 다른 스케줄로 트레이닝을 받는다. 더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등급에 따라 지급받는 옷 색깔도 달랐다. A등급 연습생들에게 주어지는 분홍색 옷을 입기 위해 B~F등급 연습생들이 밤을 새워 연습하는 장면도 방송됐다. F등급 연습생들에게 주어진 옷 색깔은 회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습생들은 ‘프로듀스 101’에 땀을 아끼지 않는다. 많은 논란과 문제점들이 불거져도 ‘프로듀스 101’이 자신들에게 소중한 기회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1회 방송에서 그룹 파이브돌스로 활동했던 허찬미를 본 연습생들은 “그래도 데뷔라도 해봐서 좋겠다”며 속닥인다. ‘프로듀스 101’의 참가자들은 짧게는 1달, 길게는 10년째 연습생으로 살고 있다. 이들에게 데뷔 기회는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어쩌면 영원히 안 올 수도 있다.

방송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린 것만으로도 연습생들에겐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처음엔 소속사, 그 다음에 등급으로 연습생들을 구분하던 시청자들은 서서히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다. 최유정, 강세정, 주결경 등 이름 없던 연습생들은 방송 2회 만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제작진 측은 방송 시간외에도 연습생들을 알릴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98명 전원의 자기소개, 개별 평가 영상 등을 공개했다.

비단 ‘프로듀스 101’이 아니더라도 이미 수많은 아이돌 연습생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 경쟁하고 있다. 연예계에는 ‘연습생 100만 시대’라는 우스갯소리가 떠돌고 있기도 하다. 프로그램을 비판한다고 해서 출발점이 다른 불공정한 경쟁과 실력과 소속사의 명성에 따라 등급이 구분되는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프로그램을 불편하다고 느꼈다면 그건 불편한 현실을 시청자가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경쟁에서 승리한 11명의 최종 합격자들은 방송이 끝난 후 또 다시 다른 걸그룹들과의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 연습생들이, 아니 우리가 마주한 무한 경쟁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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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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