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혜리 기자] 케이블채널 tvN의 2016년 시작이 좋습니다. ‘미생’ ‘응팔’ 시리즈 등을 통해 자사를 ‘드라마왕국’으로 만든 tvN이 이제 예능까지 섭렵해내고 있는 것이죠.
2016년 tvN 드라마의 첫 포문은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이 열었습니다. 수많은 마니아들을 보유한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치인트’는 캐스팅 단계부터 순탄치 않았죠. 남자 주인공에는 배우 박해진, 여자 주인공에는 김고은이 낙점되며 시작 전부터 원작을 아끼는 팬들의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작품이 오히려 베일을 벗자 논란은 잠잠해졌습니다. 배우들이 맞춤옷을 입은 듯 그들만의 해석으로 웹툰과는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죠. 여기에 ‘커피프린스 1호점’ ‘하트 투 하트’를 연출한 이윤정 PD의 섬세한 연출력까지 더해지며 시청자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고 있습니다. 시청률도 7%(닐슨코리아 기준)를 넘으며 흥행 중이죠. 이 같은 완성도를 만들 수 있었던 건 반(半)사전제작으로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드라마 촬영 현장이라면 후반부로 갈수록 ‘쪽대본’으로 한창 바쁘죠. 반면 ‘치인트’는 배우들과 제작진이 여유로운 환경에서 촬영, 드라마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응답하라 1988’의 후속이라는 부담감을 안고 시작한 ‘시그널’ 역시 대박이 났습니다. 장르물 특성상 특정 마니아층에게만 통한다는 통설도 거뜬하게 뛰어넘었죠. 2014년 최고의 화제작 ‘미생’ 김원석 PD의 차기작이자 김혜수·조진웅·이제훈의 캐스팅으로 먼저 화제를 모았습니다. 과거로부터 걸려온 무전기의 목소리로 형사들이 미제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수사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엄청난 몰입도를 자랑합니다. 이에 시청률은 8%를 돌파하며 장르물로서는 최고 기록을 깼습니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JTBC ‘마담앙트완’과의 경쟁도 보기 좋게 압도했습니다.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 방송되는 ‘배우학교’ 까지도 예상치 못한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의 큰 틀은 연기를 배우고 싶은 학생 7인이 연기학교에 입학해 2박3일 동안 합숙하며 박신양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입니다.
‘배우학교’는 예능도 아닌 다큐도 아닌 그 중간지점에서 모호한 매력을 뿜어냅니다. 박신양과 제자들은 연기를 대하는 태도에서 그 누구보다 진지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숙식을 해결하거나 수업 외의 시간에는 장난스런 모습들이 비춰지죠. 시청자들은 오히려 그 모호함을 더 선호하고 있습니다. “재치 있는 자막과 편집이 재미를 더했다” “예능 보면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는 건 처음” “나도 배우는 느낌”이라며 호평일색입니다. 의외의 감동과 웃음으로 시청자들에게 진심을 전하고 있는 것이죠.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tvN은 그 어느 해보다 뜻 깊은 한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젊은 감각과 참신한 기획 그리고 신선한 콘텐츠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을 마련한 tvN이었기에 ‘치인트’ ‘시그널’ ‘배우학교’ 등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프로그램들이 tvN의 차기 인생작(인생에서 두 번 다시 없을 작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