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면세점 정책 '오락가락'에 업계 갈등 증폭

정부, 면세점 정책 '오락가락'에 업계 갈등 증폭

기사승인 2016-03-24 05:00:00
"정부의 오락가락 면세점 정책에 업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일관적이지 않은 정책 수행으로 정부가 문제의 씨앗을 제공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신규면세점 특허를 내준 뒤 4개월만에 면세점 정책 방향 수정을 위한 공청회를 여는 등 업계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 16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신규면세점 특허 추가 제안으로 큰 관심을 모았던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는 어수선한 가운데 결론 없이 끝나 참석자들을 허탈케 했다. 이를 두고 신규 특허를 받은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신세계디에프, 두산, SM면세점 대표들은 정책의 급변에 반발하고, 롯데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워커힐면세점의 경우 정책에 찬성하는 등 업계 갈등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 연구원은 이 자리에서 신규특허 추가안과 기존 면세점 계약 갱신 방안, 면세점 수수료 증대 등 굵직한 이슈를 들고 나왔다. 기획재정부가 갑자기 마련한 자리로 새로운 정책에 앞서 여론을 살피려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특히 공청회에서는 면세업계에서 이슈가 된 신규특허 추가안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관세청 고시에 따르면 신규특허 발급요건은 전년도 해당 시내면세점 전체매출액 이용자의 외국인 비중이 50% 이상이거나, 해당 광역지자체별 외래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30만명 이상 증가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공청회가 끝난 직후 업계에서는 신규면세점 특허 추가의 요건인 외래관광객 수 산정의 문제가 불거졌다. 최 연구원은 서울지역 신규특허 요건에 대해서는 서울지역의 경우 2015년에 88만명이 증가했다고 밝혔으나 이에 대해 업계 반발이 초래됐다. 지난해에는 메르스로 인해 오히려 관광객이 줄어든 상황이라 88만명의 수치가 어떻게 산정되었느냐는 이야기다. 별개로 시내면세점의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외래관광객의 비중은 2000년 93.0%였다가 2015년 현재 7.2%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라 관세청 고시 조건에 아예 부합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최낙균 연구위원은 “아직 정부 통계가 나오지 않아 단순 추청치로 한 것”이라며 “관광객 수 통계(관광동향연차보고서)는 9월에야 나올 것이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추정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공청회 참석 패널들은 정부의 추가안에 대해 유보의 입장을 취했다. 당시 박상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회 위원, 안승호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원 원장 등은 정부 정책이 급격하게 변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이었다. 그만큼 정부의 입장이 전격적이었다는 얘기다.

공청회 질문자들은 공교롭게도 서울 송파지구 관광협의회나 롯데노동조합 등 지난해 면세점 특허 연장 심사에서 탈락한 롯데 잠실 롯데월드타워면세점 근방의 이익단체였다. 어렵게 발언권을 얻은 인천 시내면세점인 엔타스면세점 관계자는 “왜 이 시점에 공청회가 열렸는지, 롯데 구제를 위한 것은 아닌가 의아했는데 역시나 그 방향”이라며 “공청회가 완전히 변질됐다”고 비판하는 등 공청회의 목적에 대해 묻고 나섰다.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면세점63 등 지난해 면세점 특허를 받은 신규 면세점 대표들은 굳은 표정으로 공청회를 청취하고는 대부분 끝나자마자 일찍 자리를 떴다. 이후 업계 갈등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업계 갈등이 커지다 보니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신규 특허를 더 주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지난해 심사에서 탈락한 2개사만 추가로 특허를 허용할 경우 롯데와 SK네트웍스에만 정부가 특혜를 줬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현대백화점 등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로 4~5곳을 추가하면 신규 면세점은 물론 면세업 진출을 노리는 중소 상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 고심하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어떤 기준을 갖고 사업을 해나가야 하는지 아쉬울 때가 있다”며 “업계 간 갈등만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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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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