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연인끼리도 이처럼 ‘뜨거운 이별’이 있을까.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의 ‘쿠바 특급’ 시몬이 동료들의 뜨거운 배웅을 받으며 30일 출국했다. 인천공항까지 송명근, 송희채, 한상길 등 동료선수 10여명이 따라와 석별의 정을 나눴다. 시몬은 지난 시즌 신생팀 OK저축은행에 합류해 팀이 챔피언결정전 2년 연속 위업을 달성하는데 결정적인 힘을 보탰다. 그는 센터출신이지만 한국에서는 라이트 공격수를 겸업하며 한국형 멀티플레이어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다. 특히 신생팀의 맞형으로 나이어린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자상하게 전수해줬고, 경기 때는 ‘코트의 지휘자’로 변신했다. 이번 시즌 챔피언결정전 때는 최우수선수(MVP)로 뽑혀 한국의 마지막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구단측은 지난 29일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브라질식당에서 구단 납회식을 겸한 송별 파티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구단은 시몬에게 명예결번(#13)과 OK저축은행 직원임을 인정하는 명예사원증(1호)을 증정했다. 연고지인 안산시도 시몬에게 명예시민증(안산시1호)을 수여하며 감사의 뜻을 같이했다. 시몬은 3가지 선물을 안고 한국을 떠난 셈이다.
예상하지 못한 선물을 받은 시몬은 “그 동안 선수단과 동고동락하면서 동료 이상의 형제애를 느꼈고 나는 참으로 행복하고 운이 좋은 선수”라는 소감과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어 “한국 프로배구 정상을 재확인한 OK저축은행에서 뛴 시간들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며 “더욱 매진해 세계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실상부한 팀으로 거듭나길 기원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최윤 구단주는 “지난 시즌의 우승도 예상 못한 기적이었지만, 이번 시즌 또한 시몬의 리더십 속에서 이루어낸 또 다른 기적”이라며, “한국 배구의 신흥 강호로 선수들의 도전정신, 임직원 모두의 응원을 더해 또 다시 정통으로 올라서자”고 격려했다.
시몬에게 한국하면 가장 먼저 떠올린 단어는 ‘존경(Respect)’이었다. “예의범절을 잘 지키고, 낯선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존경스런 국가”였다. 그는 한국에 지도자로서 다시 찾고 싶은 국가다. 다른 나라 리그에서 더 경험을 쌓은 뒤 한국에 와 지도자로 다시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