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대한체육회는 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올림피아홀에서 2016년도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정부 간섭을 축소하고 독립성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정관을 대폭 손질했다. 재적 대의원 94명 중 65명이 참석한 이날 임시 대의원 총회는 IOC가 올림픽헌장에 맞춰 대한체육회(KOC)에 보내온 정관 수정 의견을 대폭 반영했다.
이는 통합을 주도한 문화체육부가 여러 독소조항에도 불구하고 국내법이 우선한다며 버텨온 통합 대한체육회 정관에 문제가 많았음을 인정하고 항복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개정된 정관의 주요 내용은 임원 취임 때 문화체육부장관 승인 사항을 삭제하는 등 대한체육회의 자율성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체육단체 통합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체육회 부회장, 이사, 감사 선임과 사무총장, 선수촌장의 문화체육부 장관 승인 조항을 삭제했다. 또 체육회 예산편성과 결산, 정관과 제·규정 변경에 대한 문화체육부 장관 ‘승인’사항도 ‘협의’사항으로 개정 의결했다.
이같은 개정 정관은 당초 통합 체육회 정관 협의 과정에서 체육계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내용이 대폭 반영한 것이다. 당초 대한체육회는 지난 2월 통합체육회 정관 개정 과정에서 문화체육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조항이 22개나 되고 이는 체육회의 독립성을 강조한 IOC 헌장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내법이 IOC 헌장에 우선한다는 상식밖의 논리를 펴며 체육회를 압박했다. 급기야는 지난 3월 초 김종 문체부 2차관, 김정행 대한체육회장, 강영중 국민생활체육회장, 안양옥 체육단체통합 준비위원장 등이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를 방문해 통합 체육회 추진 과정을 설명했다. 당시 정부는 IOC에 한국의 입장을 설명했으며 통합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방문 결과를 설명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통합체육회 정관 영문 초안을 검토한 IOC는 “사무총장, 선수촌장에 대한 문화체육부 장관의 승인은 불필요하고, 체육회의 해산, 재산권 처분, 정관 및 규정 제·개정 시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문화체육부 장관 ‘승인’ 조항을 대부분 ‘협력, 통보, 전달’ 등의 형식으로 완화하는 안을 권고했다.
결국 정부가 강행하려던 시대착오적인 정관은 이날 임시대의원총회에서 IOC 권고안대로 수정의결됐다. 체육 현장에서 그토록 문제가 있다고 떠들어도 꿈쩍 않던 정부는 이날 정관 개정을 두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