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이제훈 “인기는 내게 우선순위 아냐…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 따져”

[쿠키인터뷰] 이제훈 “인기는 내게 우선순위 아냐…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 따져”

기사승인 2016-04-28 16:02:55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히어로들이 활약하는 건 할리우드뿐인 것 같지만 한국에도 유구한 영웅 서사가 있다. 바로 홍길동이다. 민중을 구하기 위해 활빈당을 만들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이 영웅은 정의롭고 순수하게 그려지기 일쑤지만 이제훈의 홍길동은 못됐다. 그것도 좀 많이. 영화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감독 조성희·이하 ‘탐정 홍길동’)의 개봉을 앞두고 삼청동에서 만난 배우 이제훈은 홍길동에 대해 “관객이 싫어할 수도 있다”며 웃었다.

‘탐정 홍길동’의 홍길동은 세상을 구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이념도 없다. 눈앞에서 어머니를 죽인 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를 찾아 나서지만, 제 눈앞에서 원수가 납치된다. 또다시 원수를 찾아나서는 홍길동의 차에는 원수의 두 손녀가 타고 있다. “납치당한 할아버지를 찾아 달라”는 두 아이에게 자신이 받은 악몽 같은 고통을 돌려주기 위해서 데리고 다닌다는 것이 이제훈의 설명이다. 분명 영웅의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하는 행동은 악당에 가깝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관객들이 홍길동이라는 친구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저라도 싫어할 것 같거든요. 못됐고, 사악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도 그런 친구가 점점 친근해지고,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시도는 새로웠고 즐거웠어요.” 확실히 부담스러운 인물이지만 이제훈이 홍길동을 연기하게 하는 데에는 조성희 감독의 이름이 컸다. ‘늑대소년’으로 관객들에게 이름을 크게 알렸지만 앞서 개봉한 ‘남매의 집’ ‘짐승의 끝’을 보며 이제훈은 큰 충격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런 세계관을 가진 감독님은 우리나라에 유일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아가서 저도 ‘이 사람이 만든 작품에 배우로서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가 항상 있었죠.”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을 함께하는 사람이며, 그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답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탐정 홍길동’의 미장센에 대한 만족도도 엄청나게 높았다고 이제훈은 전했다.

그렇다면 인기나 흥행 요소는 어떨까. 이제훈은 ‘건축학개론’ ‘시그널’ 등으로 사랑받았지만 충분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특히 ‘건축학개론’에 이어 ‘패션왕’으로 사랑받을 때 군에 입대하며 긴 기간 작품 활동을 쉬었기에 흥행에 대한 갈증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훈의 대답은 좀 달랐다. “사랑을 받는 것은 어떤 연예인이든 원하지 않을 수 없어요. 저도 마찬가지지만, 인기나 흥행보다는 제가 연기해낸 작품이 스스로의 만족도를 충족시키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매 작품마다 사랑받을 때 온도차가 좀 있다고 할지라도 다음 작품에서는 더 뜨거운 사랑을 받을 수도 있잖아요. 그렇지만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작품을 했다면 ‘내가 계속 이 일을 잘 해나갈 수 있을까?’하고 의구심이 생길 거예요. 거기에 더해서 인기에 연연해한다면 더욱 더요. 이 일을 하다가 나가떨어지지 않을까요?”

‘시그널’ 방영 초기 연기력에 대한 질타에도 그래서 상대적으로 초연할 수 있었다. 그간 연기력으로는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오는 배우였기에 더 흔들릴 수도 있었다. “‘시그널’ 1부가 전파를 탔을 때는 이미 저는 8부를 찍고 있었어요. 물론 제가 맡은 배역의 트라우마 형성 장면도 미리 찍은 뒤였죠. 질타를 받고 생각을 해 봤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죠. 초반부터 제가 틀린 방향으로 연기했다면 8부씩이나 찍을 때까지 분명 감독님이나 동료 배우들이 알았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질타 때문에 연기 방향을 바꾸는 것보다는 ‘어떻게 나머지 회차를 잘 마무리지을까?’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했어요. 저를 지지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잘 마칠 수 있었죠.”

시종일관 막힘없이 답변을 내놓는 이제훈은 분명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시간이 흐르며 작품이나 대중을 대하는 것이 좀 더 편해졌다는 것이 이제훈의 설명이다. “예전의 저는 배우라는 직업으로 사람을 만나면서도 작품 속에만 있고 싶은 사람이었어요. 예를 들면, 제가 연기하는 작품이 방영 중인데 괜히 제가 어디서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관객들이 작품에 몰입하는데 방해되지 않을까 싶었죠.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대중들은 작품은 작품이고, 배우는 배우로 봐 주시잖아요. 제 평범한 일상도 편안하게 받아들이시고. 그래서 저도 좀 제 속 얘기를 털어놓기가 편해진 것 같아요. 전에는 인터뷰 때는 꼭 작품 얘기만 하고 싶고 그랬다니까요. 하하.”

‘탐정 홍길동’은 한국형 안티 히어로 영화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한 영화다. 다만 동시기에 앞서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개봉 스코어 72만 명을 기록하는 바람에 걱정이 될 만도 하다. 이제훈은 이에 “다른 작품을 보고 싶은 분들도 분명 계실 텐데 ‘탐정 홍길동’도 좋은 선택지가 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할리우드 영화가 점령한 박스오피스에서 한국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들에게 ‘탐정 홍길동’은 의외의 발견이 될 거라는 자신감이다. 다음달 4일 개봉. 15세가.
onbge@kukinews.com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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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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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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