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뉴스] 정운호게이트에서 롯데수사까지…

[직전뉴스] 정운호게이트에서 롯데수사까지…

법조비리 덮으려 롯데 전방위 수사?… 정운호게이트 어느새 ‘뒷전’

기사승인 2016-06-17 11:30:30

신동빈 롯데 회장은 경영권 분쟁으로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다. 전혀 준비 안 된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웃는 여유까지 보여가며, 논리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에 국회의원들은 오히려 멋적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론은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겠다는 것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수완 좋은 CEO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님을 똑똑히 보여준 사례다. 3부자의 경영권 싸움으로 불거진 롯데사태은 순식간에 반전됐고, 신동빈 회장은 그룹 내서 더더욱 확고한 자리를 매김하게 된다.

그렇게 신동빈 롯데호가 순항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한 혐의로 롯데마트 임직원들이 줄 소환된다. 수족으로 불리던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이사도 구속이 된다.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검증도 안 된, 폐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한 것은 그 어떤 변명으로 해결될 수 없다. 신동빈 회장이 아무리 수완 좋고 논리적이더라도, 이 문제만큼은 비켜가기 힘들다. 결국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 현재 롯데그룹과 전 계열사가 그야말로 보리가 탈곡기에 털리듯 '탈탈' 털리고 있다. 그나마 털리지 않은 계열사는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롯데리아 등이다.

공교롭게도 검찰이 롯데에 조사관 200여명을 급파한 시점은 정운호게이트로 정계와 법조계가 아주 시끌 시끌했던 때다. 리어카 좌판 장사에서 네이처리퍼블릭의 성공 신화를 쓴 정운호 회장이 해외원정도박으로 구속되고, 옥살이를 면하기 위해 변호사를 고용한다. 고용된 변호사가 홍만표 전 변호사에게 로비를 하게 되고 결국 이런 사실이 들통나 법조비리의 온상이 국민들에게 까발려진다.

대법관을 지낸 변호사들이 전관예우로 수임료 한번에 수백억원 받는다는 사실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국민들을 자괴감에 빠뜨린다. 더더욱 문제는 로비로 돈을 주면 그 돈을 받은 변호사는 전관예우를 이용, 원래 져야하는 재판을 뒤집어 이기기 게 만든다. 억울한 사람 누명 벗겨주는 게 법인데, 돈을 이용해 오히려 그런 사람을 두 번 죽이는 셈이다.

법조비리는 정운호게이트를 통해 알려졌지만, 알려진 것은 빙산에 일각이다. 바로 롯데가 검찰에 탈탈 털린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정운호게이트로 법조계가 한참 떠뜰썩할 때, 이를 덮기(?) 위해 정운호게이트를 수사할 당시 네이처리퍼블릭에 유리한 조건의 입점 로비를 받은 신영자 이사장에게 관심을 집중시킨다.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75)은 이명박 정부시절 호텔롯데 롯데면세점 사장, 롯데쇼핑 사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그러면서 검찰의 수사는 이제 정운호게이트 보다는 롯데 경영진의 비자금 청구를 터는 데 집중하게 된다. 기자들에게 단독성 기사를 하나씩 흘리기도 했다. 정운호게이트에 연루된 법조비리라면 과연 검찰이 그랬을까 의구심이 남는다. 연일 롯데의 비리 의혹이 신문과 방송에 대서특필되고 국민들은 어느새 정운호게이트의 법조비리는 잊고, 롯데 비리만을 기억하게 됐다.

관련자 입장에서는 아주 깔끔한 일의 진행이다. 지금껏 정운호게이트와 법조비리 그리고 검찰의 롯데에 대한 수사를 놓고 이 같은 뒷 말이 아주 무성하다.

그러나 또 다른 반전이 예고 되고 있다. 논리적이면서 '깡' 좋은 면모를 이미 한번 보여준 바 있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사상 최대의 변호인단을 꾸려 이번 사태에 대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역시 신동빈 답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앞에서 못할 이야기 뒤에서 안 하겠다는 거다. 수근대는 것만큼 비겁한 것도 없다. 신동빈은 그것을 아주 잘 이용하는 지략가인 셈이다.

국정감사에서의 지적을 당당하게 헤쳐나갔던 것처럼 모든 비리의 의혹에 대해 해명을 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 자신감은 변호인단의 구성을 통해서도 자세히 나타난다. 자신이 없어서 막강한 변호인단을 구성한 게 아니라, 기업이 힘으로 법조를 이길 수 없으니 그에 상응하는 어벤져스로 대응을 하는 것이다.

롯데 측에 따르면 매머드급 변호인단을 구성한 것으로 16일 전해지고 있다. 변호인단은 김앤장과 태평양·광장·세종 등이 합세한 연합팀이다. 변호인 면면은 대다수가 대한민국 법조에 몸을 담은 인물들이다. 롯데 입장에선 이번 변호인단 구성으로 시간은 벌었다. 하지만 변호인 구성으로 더 명확해진 것은 정경유착과 권언유착이 더 확실해질 것이다. 세간에 나온 의혹을 모두 증명할 길도 없을 뿐더러, 다 파헤치더라도 적당히 타협을 할 것이다. 이미 몇년전 삼성의 비자금 사건에서 몇가지 유착을 상당부분 확인했기 때문이다.

비리 중에 가장 분명하게 밝혀진 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동탄 신도시의 백화점 부지 입찰 과정에서 롯데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본보 2015년 8월 27일자 단독보도)이다. 현대백화점 최고가인 4144억원의 입찰가격을 써냈지만 이상하게도 LH는 3557억원을 써낸 롯데를 우선 사업자로 선정했다. 공기업 중에서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LH가 587억원을 포기한 것에 이유는 “윗분들이 그렇게 결정을 해서”였다. 그해 국정감사에서 지적까지 됐지만 공염불이 됐다. 바뀐 건 없었다. 공기업이 방만경영과 막대한 자금의 상납이 있었을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그래서 언론과 국회에서 지적된 문제였지만, 아무도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는 거다.

비리의 온상들~. 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조규봉 기자 ck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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