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 프로야구는 그야말로 주장들의 수난시대였다.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하며 팀 주장들이 연달아 퇴장당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 그러나 같은 벤치 클리어링에도 반응은 달랐다. 한 쪽은 감정을 폭발시켰고, 다른 한 쪽은 억제했다.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린 21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LG 주장 류제국과 SK 주장 김강민이 주먹다짐을 하며 퇴장당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SK가 4대7로 리드하던 5회말, LG 선발 류제국이 던진 공이 김강민의 몸에 것에서 촉발된 사태다.
곧장 둘은 거리를 좁히며 설전을 벌였다. 그리고 이내 주먹이 오갔다. 양 팀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 뛰쳐나오며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두 선수는 그대로 경기에서 퇴장당했다. 주먹다짐을 한 터라 둘에겐 경기 외적으로도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창원 마산구장에서도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다. 그러나 퇴장당한 사람은 없었다. ‘인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6회 NC 박석민은 한화 송은범이 던진 공을 고의라 판단해 분노를 표출했다. 감정이 격해지자 두 사람을 가운데 두고 양 팀 선수들이 나오면서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앙금은 남아있었다.
이러한 갈등의 불씨는 7회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NC 투수 최금강과 한화 주장 정근우의 승부에서다. 최금강이 던진 초구 145km 속구가 정근우의 등을 강타했다. 누가 보더라도 앞선 이닝에 대한 보복성 투구였다.
순간 격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근우는 잠시간 고통을 억제하고는 이내 1루를 향해 뛰어갔다. 그의 어른스러운 대처로 이후 양 팀 모두 조용히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같은 상황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자 이에 대한 반응도 엇갈렸다. 팀의 사기 측면에서 격한 반응은 상대방과의 기 싸움에 이로울 수 있었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정근우의 어른스러운 대처가 성숙한 스포츠맨십으로서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다는 칭찬도 이어졌다.
정근우는 경기 후 “공을 맞은 것에 크게 개의치 않고,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무엇보다 오늘 팀이 승리해서 기쁘고 매 경기 선수단이 하나 되어 좋은 결과 만들도록 하겠다”며 팀을 깊이 생각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여기에서 많은 야구팬들은 정근우가 지닌 주장으로서의 품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