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그룹에 소속된 부실기업이 30%대에 달하지만 이에 대한 투자 위험을 알리는 증권사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실기업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리지 않아, 투자자의 판단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23일 재벌닷컴이 조사한 2015회계연도 기준 30대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1042개 계열사(금융회사 제외)의 재무상황을 분석한 결과 부실기업 위험에 노출된 기업은 전체의 33.7%를 차지한다.
이 중 기업집단 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그룹의 전체 44개 계열사 중 17곳(38.6%)은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삼성물산▲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전기▲제일패션리테일 등 4곳도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처지에 놓였다.
재계 2위인 현대자동차 그룹은 전체 46개 계열사 중 영업손실을 낸 기업이 13개(28.3%)에 달하고 LG그룹은 영업손실을 낸 실적 부진 계열사가 전체 66개 중 13개(19.7%)를 차지한다.
부실기업 위험에 노출된 기업들은 한 해간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채무 이자를 지불할 능력이 안되는 기업이다. 하지만 이같은 기업들에 대해 투자주의를 내놓는 리포트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일부 기업들에 대해선 매수나 유지 의견을 내놓는 등 장밋빛 전망만을 쏟고 있다.
각 증권사에서 나오는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는 투자하려는 기업의 재무정보나 사업가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하지만 압도적으로 많은 매수 의견은 투자자의 객관적인 판단과 증권사에 대한 신뢰도를 저해할 수 밖에 없다.
금융투자협회에서 공시하고 있는 증권사별 리포트 투자비율만 봐도 이같은 관행은 바로 나타난다. 지난 3월말 기준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주요 10대 증권사들의 리포트별 투자등급 비율 중 매도 의견이 2%대를 넘는 곳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매수 의견 비중이 80%를 넘어선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도 지난해부터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의 협의체를 구성하고 업계 리포트 ‘매도’ 의견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지도해 온 바 있지만 실적은 제자리 걸음이다.
현재 각 증권사의 리포트 매도의견 비중은 ▲하나금융투자(2.9%)▲메리츠종금증권(2.0%)▲한국투자증권(1.8%)▲미래에셋증권(1.3%)▲NH투자증권(1.0%)▲대신증권(0.5%)▲현대증권(0.3%)순이다. 홍석경 기자 hsk870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