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지난 총선 광고에 출연했던 걸그룹 AOA 멤버 설현에게 억대 모델료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율을 제고한다는 명분아래 수억원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시 선관위는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홍보하기 위해 설현을 모델로 3종류의 광고 영상을 제작, 총 6억4000만원을 사용했다. 이 돈 가운데 1억4900만원이 설현의 몸값으로 지급됐다.
이 같은 사실은 세월호 변호사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안전행정위원회·서울 은평갑) 의원에 의해 밝혀졌다.
박 의원이 28일 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 4.13 총선에서 걸그룹 AOA의 멤버 설현의 초상권사용료로 모두 1억4900만원을 지급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방송인 서경석씨는 8060만원, KBS 이현주 아나운서 2260만원 MBC 김소영 아나운서 2060만원, SBS 박선영 아나운서 2060만원 등 이들 4명이 홍보대사로 위촉돼 위촉비와 초상권사용료를 받은 총액 1억4440만원보다도 많은 돈을 한 명의 홍보대사를 위해 쓴 것이다.
또 지난해 홍보대사 위촉비 1000만원에 비하면 15배에 가까운 수치다. 지난해에는 공직 선거가 없었다지만, 농협 조합장 선거 등 전국 선거가 있었다.
설현이 출연했던 광고는 화장품을 고르는 신중함으로 투표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 마치 여성들은 화장품을 정치, 사회적 문제보다 중요시 한다는 인식을 심을 수 있다며 여성단체의 항의를 받았다. 또 바쁘다는 핑계로 투표하지 않는 청년층을 꾸짖는 시각 역시 청년층에 대한 편견을 고정화 한다는 비판도 받은 바 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김민정 배현진 정미선 아나운서에 대해 아무런 대가도 지급하지 않았던 선관위가 올해 똑같이 세 명 모두를 위촉하고 초상권사용료와 행사비를 각각 지급했다. 이에 총선이 있는 해에 많은 홍보비 예산이 확보되므로, 이 때 대가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평년에는 자원봉사를 강요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 의원은 “상품을 살 때처럼 유명 연예인을 동원해서 투표 독려를 하겠다는 선관위의 시각 자 체가 잘못”이라며 “대중적 인기에 편승해서 유도된 투표율이 국민의 소중한 주권행사로서 얼마나 의미를 가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차라리 사전투표 장소와 방법을 안내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규봉 기자 ck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