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혈우병 환자, 출혈없는 생활 위해 본인 상태 잘 살펴야

[건강 칼럼] 혈우병 환자, 출혈없는 생활 위해 본인 상태 잘 살펴야

기사승인 2016-07-28 00:05:00

흔히 피가 멈추지 않는 질환으로 알려진 혈우병은 전세계적으로는 만 명 당 약 한 명이 앓고 있는 희귀병이다. 국내에서는 한국혈우재단에 등록된 환자가 약 2000명, 등록되지 않은 환자를 포함하면 약 5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실 과거에는 혈우병 환자들 중 대부분이 관절 변형을 겪을 정도로 출혈 관리가 잘 안됐다. 흔히들, 혈우병은 밖으로 흐르는 피가 지혈되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것으로들 생각하지만, 혈우병 환자들에게 더욱 심각한 것은 관절 출혈이다. 2-3번의 관절 출혈이 영구적인 관절 손상을 가져온다는 점을 고려할때, 적극적인 출혈 관리가 혈우병환자들의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자명하다. 

이제 의학 발달과 혁신적인 치료제의 개발 덕분에 혈우병 환자들도 정상인과 다름없는 사회생활이 가능해졌다는 점은 실로 고무적이다. 출혈로 인한 문제로 고통 받지 않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출혈이 있을 때만 약을 투여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출혈을 사전에 예방하고 관리하는 ‘유지요법’을 실시하는 것이다. 

적극적인 유지요법을 실시하면, 뇌출혈 등과 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출혈 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관절병증을 방지할 수 있다. 정기적으로 치료제를 투여해 혈액 응고 기능을 유지하는 유지요법은 출혈 및 관절 손상을 미리 억제하므로, 정상적인 근골격계 기능을 보존하는데 효과적이다. 실제 국내에서도 유지요법을 시행한 이래, 혈우병 환자들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지요법은 손상된 관절을 치료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높은 비용을 미연에 막는 것 뿐만 아니라, 더 많은 혈우병 환자들을 적극적인 노동 인구로 편입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장기적인 비용 소요를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이렇듯 중요한 유지요법의 그 첫 시작은 바로 환자 본인이 본인의 상태에 관심을 갖고 이를 기록하는 습관이다. 본인의 몸 상태에 관심을 갖고 기록을 하게 되면, 전문의와의 상담 때 보다 적극적으로 본인의 상태에 맞는 적합한 치료법을 논의할 수 있다. 개인 마다 모두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 것과 더불어 개인의 신체와 생활방식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각자의 상태에 맞춘 개별화된 치료를 위해 본인의 상태를 잘 알고 이에 따른 치료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상담하고 실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혈우병 환자들은 치료제를 제때 주사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본인 상태에 대한 적극적인 관찰과 기록은 이러한 투약 순응도를 높이는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 정부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현재 국내의 요양급여 인정 기준은 용량과 횟수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고, 소아 환자만을 유지요법 적용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잦은 출혈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성인이나 출혈 횟수를 줄이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성인 환자와 같은 경우에라도 먼저 적절한 유지요법을 실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확대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앞서 강조했듯이, 유지요법 실시는 환자 개개인에게는 혈우병환자들의 출혈 예방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혈우병 환자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노동력 손실을 막는다는 측면에서 사회적으로도 유익하다. 적극적인 유지요법의 시행을 위해, 환자 개개인에게는 본인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기록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고, 사회적으로는 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가 또한 필요하다고 하겠다. 

울산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상규 교수
장윤형 기자
newsroom@kukinews.com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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