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10개 대기업의 유보금(이익잉여금)이 우리나라 1년 예산의 90%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에 배당수익률은 1%대에 그쳐 여전히 주주환원 정책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1분기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유보금은 총 355조487억원으로 2년전인 313조6632억원보다 13.19% 증가했다. 이는 올해 우리나라의 1년 예산 386조7000억원의 90%에 달하는 규모다.
올 들어 가장 많은 돈을 쌓아둔 기업은 시가총액 200조원대의 삼성전자로 1분기만 183조2186억원을 적립해 2년전인 169조5296억원보다 8.07%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유보금 규모는 나머지 9개사의 유보금을 합한 171조8300억원보다 10%이상 많았다.
같은 기간 유보금이 가장 많이 증가한 기업은 SK하이닉스로 1분기 14조4480억원을 쌓아둬 2년전 1조276억원보다 무려 1305.87% 급등했다. 삼성물산도 합병전 2조4822억원에서 올해 4조6769억원 늘어 88% 이상 급등했다. 포스코는 2년 전보다 유보금이 1%대 감소해 40조3627억원으로 집계됐지만 규모면에서는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어서 ▲현대차(60조8636억원) ▲현대모비스(25조2638억원) ▲삼성생명(12조4744억원) ▲신한지주(7조7496억원) ▲네이버(3조2026억원) ▲아모레퍼시픽(2조7880억원)순으로 유보금이 많았다.
기업의 유보금은 주로 사업확장이나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쌓아두지만 이 돈의 일부를 떼어내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은 쌓아둔 돈에 비해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너무 적어 주주환원 정책에 소극적이란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봐도 우리나라 기업의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월드에 편입된 기업의 평균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은 각각 47.2%, 2.5%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기업의 평균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은 각각 17.6%, 1.2%로 현저하게 낮다. 배당성향은 기업이 벌어들인 돈에서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비중을 나타내고, 배당수익률은 투자자의 투자자금에 대한 배당 수준을 보여준다. 쉽게 말해 투자자가 어떤 종목에 실제로 투자했을 때 얻는 이익이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둘 다 높을수록 좋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1.77%로 집계됐다. 시총 1위 삼성전자의 배당수익률은 1%대 중반에 그쳤고 삼성물산(0.36%)과 아모레퍼시픽(0.33%), 네이버(0.17%)는 은행 예금보다도 낮았다. 그나마 포스코와 신한지주가 각각 3~4%대의 배당수익률을 보여 평균 이상을 나타냈다.
이처럼 저조한 배당수익률은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저성장의 원인이기도 하다. 지난 2014년 정부는 기업이 투자와 배당 등에 적극나서도록 유도하기 위해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도입해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나 배당을 하지 않는 기업에 10%의 법인세를 추가 과세하기로 했지만 실정은 미미한 형편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저금리가 배당주에 대한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증시에는 배당주라고 불릴만한 종목은 몇개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국내 재벌들은 고성장기를 거치며 잉여이익을 신규사업에 투자하고 덩치를 키워왔다. 다만 국내증시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하락해 사내에 유보된 현금만으로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지만, 대주주의 몫이 적다는 이유로 여전히 배당에는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과 비교해도 국내기업의 배당수익률은 낮다”며 “최근 정부가 정책을 통해 배당을 유도하고 있고, 일부 기업들이 배당을 확대하고 있지만 주주들은 더 강력한 배당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홍석경 기자 hsk870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