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은 전기세 무서워서 못 틀고, 선풍기는 뜨거운 바람만 나와요”
땡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절정에 다다른 폭염에도 에어컨을 켜지 않고 고민에 빠진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누진제’ 때문입니다.
누진제는 전기 사용량이 많을수록 높은 요금 단가를 적용하는 제도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누진 요금은 6단계로 구분돼 있습니다. 1단계인 100kW까지는 kW당 60.7원이 부과되지만 6단계에서는 709.5원의 요금이 부과됩니다. 6단계는 1단계보다 최대 11.7배의 요금을 더 내게 되는 것이죠.
누진제는 가정용 전기 요금에만 적용이 되는데요. 이 때문에 산업‧상업용 전기에는 예외를 둔 것에 대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여론 탓일까요.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3년부터 문을 열고 냉방을 가동한 상점에 대해 과태료 부과 등의 제재를 취해왔습니다. 문을 연 채 에어컨을 켜놓은 업소는 적발 시 1회 50만원, 3회 누적 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됩니다.
그러나 서울 중구 명동 등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에는 아직도 문을 활짝 연 채로 에어컨을 켜놓은 상점들이 많습니다. 전기세 부담이 적기 때문이겠죠.
최근 늘어나는 누진제도 개선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완화는 불가하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9일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주택용 요금은 지금도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다”며 “전력 대란 위기가 현존하는 상황에서 누진제를 완화해 전기를 더 쓰게 하는 구조로 갈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누진제를 개편하면 결국 전기를 적게 쓰는 사람에게서 요금을 많이 걷어 전력 소비가 많은 사람의 요금을 깎아주는 부자 감세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죠.
누진제 개편에 난색을 표하는 한전에 국민은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누진제 폭탄 요금’으로 골머리를 앓는 2400여명이 지난 7일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전기요금 부당이익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이들은 "2012년 기준으로, 요금이 1㎾당 가정용 119.99원, 산업용 81.23원, 산업용 중 대기업은 78.82원이다. 한전은 같은 전기를 대기업에 78원에 팔고, 일반 가정에는 이보다 50% 이상 비싼 요금을 부담해 왔던 것"이라며 "일반 국민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 대기업의 수익을 보전해 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역시 "정부가 민생과 직결되는 가정용 누진제 개편 요구에 귀를 막고 있다"며 "누진제가 없는 산업용 전기사용량은 전체의 84%고 가정용은 1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넷 여론도 거셉니다.
네티즌들은 "누진세가 적용되는 가정집에서는 집안 문을 모두 닫고 에어컨 1시간 트는 것도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이 더위에 아주 서민만 죽어나는구나” “한전, 누진세 받아 연봉 억 단위로 가져가는 건가요?” “누진세는 사용자들에게 돈 뜯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명동 가봐라. 가게들 문 활짝 열고 에어컨 최대로 틀고 영업한다. 그거나 단속해라” “가정집 전기요금 누진세는 백골징포나 인두세와 다름없는 새누리 폭정의 대표적인 증거다” “누진제 전기료 폭탄 못 참아” “폭탄 요금 무서워 에어컨 못 켠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서민들은 폭염과 누진제로 몸도 끓고 속도 끓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누진세 완화에 대해서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 문제가 있어서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과연 이런 주장이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