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대에 이어 동국대도…‘평생교육 단과대’ 반대 농성 들어가

[인터뷰] 이대에 이어 동국대도…‘평생교육 단과대’ 반대 농성 들어가

기사승인 2016-08-12 15:05:15



“학생 의견은 무시되고 있다”

1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본관 앞에서 20여명의 학생이 부채질을 하며 앉아있다. 기상청이 발표한 이날 낮 최고 기온은 35도. 뜨거운 찜질방을 방불케 한 날씨에 한 남학생은 아스팔트 바닥에 물을 뿌려 지열을 식히기도 했다. 동국대 학생들은 졸속으로 진행된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평단사업)’에 반대해 지난 10일 오후 1시부터 ‘밤샘농성’을 시작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고졸자와 직장인의 폭넓은 사회활동을 위해 ‘평단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에 선정된 동국대에는 내년 3월 ‘미래융합 단과대학’이 신설된다. 동국대 학생들은 ‘학교 측이 학생 의견 수렴 없이 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한 점’ ‘제반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과대를 신설하면 그 피해는 학생들이 받는다는 점’을 들며 ‘평단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이날 만난 학생들은 더위와 피곤함에 지친 표정이었지만, 단과대학 대표들의 자유 발언이 시작되자 다 같이 반대 구호를 외쳤다.

다음은 안드레(27‧정치외교학과) 동국대 총학생회장과의 일문일답.

- 동국대학교 ‘평단사업’ 추진과 관련해 농성을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가

“학교 측의 졸속 진행이다. ‘평단사업’ 진행을 제대로 하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해야 한다. 학교의 계획대로라면 오는 2학기 기간 동안 신인 교수진을 확충해야 한다. 또 신설학과에 대한 커리큘럼을 모두 짜야하는데 당장 오는 3월부터 학생을 받기에는 너무 시간이 촉박하다. 따라서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학생들의 의견수렴 절차 없이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학교 측은 민주적인 방법으로 학생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형식적인’ 설명회는 민주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교 운영과정에 있어서 학생들의 의견은 지금까지 계속 배제됐다. 학교는 진행하는 사업이 있으면 설명회를 열고 학생들에게 ‘이렇게 진행하겠다. 그렇게 알고 있어라’는 식으로 통보한다. 학생들은 학교 측에 공개질의를 통해 간담회를 요청해야만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의견을 밝혀도 학교는 수용하지 않는다. 

일례로 현재 법학대학 학제개편 준비가 진행 중인데 학생 의견 수렴 없이 대학 독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번 ‘평단사업’의 일환으로 신설되는 ‘글로벌무역학과’에 대해서도 학교는 비민주적인 불통행정의 모습을 보였다. 우리는 끊임없이 신설 반대 의견을 냈지만 학생의견 없이 교수들의 동의만 얻어서 진행했다. 적어도 국책 사업의 경우 기획과정에서 학생이 참여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인원은 어느 정도 인가

“지난 10일에는 30~40여명이 밤샘농성에 참여 했다. 전날에는 시위가 초반부라 토론 형태를 띠었다. 오늘은 본관 앞에서 ‘소통 문화제’가 열려 시위 참여자 자유발언식과 학생들의 문화행사가 있을 예정이다. 70~100여명 정도의 학생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며 ‘평단사업’에 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학교에 보여줄 생각이다. 

-학생 참여가 조금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학생들은 많은데 직접 참여가 부족하다. 밤샘농성은 오는 13일까지 이어갈 것이다. 힘 있는 소리를 내기 위해 총학생회 차원에서 장기농성으로 이어갈지는 오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결정 할 것이다.”

-이화여자대학교 ‘미래라이프 단과 대학’ 설립 반대 시위와 동국대 시위는 어떤 점이 다른가

“‘이화인 농성단’의 경우 다른 단체의 개입을 막고 연대를 거절하는 등 폐쇄적으로 운영했다. 동국대는 다르다. 동국대는 ‘평단사업’에 대해서 토론하고 싶은 모든 단체를 환영한다.

또 학생들이 모인 경로가 온라인이라는 점도 다르다. 이대의 시위는 오프라인에서 불특정 다수가 모여 시작됐다. 반면 동국대 시위의 경우 대학 공식 페이스북 계정인 ‘동국총학’을 통해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문제가 된 ‘평단사업’ 안건이 총학생회로 전달됐고 ‘만민공동회’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이 모여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반대하는 사안도 이대와 다르다. 이대는 학교 내부에서 시행되는 평생교육을 놓고 반대 시위를 했다. 하지만 동국대는 학교 내부를 넘어 평생교육을 상품화하는 교육부의 정책까지 비판한다. 학교 운영제도 개선 역시 요구하고 있다.

-이대 시위보다 늦게 시작했다. 동국대 농성이 이대 영향을 받았나 

“이대의 영향이 없었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동국대 시위가 늦어진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달 23일 학교 측이 ‘평단사업’ 선정에 관한 학칙 개정안 심의를 열었고 학교에서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됐다. 그 후 총학생회는 ‘평단사업’을 정확히 따져 보고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는 등의 시간을 거쳤다. 그러던 중 지난달 28일 이대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이대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철회한 지난 3일, 동국대 총학생회는 학교 측에 공개질의를 했고, 간담회를 요청했다. 학교 측은 지금도 제대로 학생과 소통을 하려고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대보다 시위가 조금 늦어지게 됐다.”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
심유철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