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친딸을 죽인 어머니가 이 같은 엽기적인 범행 이유를 내세워 경찰이 사건 경위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54·여)씨는 지난 19일 아들 B(26)씨와 함께 딸 C(25)씨를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검거된 뒤,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를 이같이 밝혔다. A씨 혼자만의 진술이라면 범행 동기가 정신질환과 관련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공범인 아들도 “동생에게 악령이 씌었다”며 A씨 진술을 거들고 나섰다.
이에 따라 경찰은 A씨 등에 대한 정신병력을 확인하는 한편 이들이 실제로 C씨에게 악귀가 쓰인 것으로 믿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A씨는 딸을 살해하기에 앞서 같은 날 새벽 기르던 애완견이 시끄럽게 짖자 아들, 딸과 함께 “악귀가 들었다”며 애완견을 죽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딸이 손을 떨면서 자신의 목을 조르는 등 이상행동을 해 “애완견에 들었던 악귀가 딸에게 옮겨간 것으로 생각해 화장실 바닥에 눕혀놓고 아들과 함께 흉기와 둔기를 휘둘러 죽였다”는 게 A씨 주장이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A씨는 물론 아들과 숨진 딸까지 모두 3명이 악귀를 이유로 길러왔던 애완견을 죽였다는 뜻이 된다. 때문에 경찰은 평소 이들 가족의 생활에 특이점이 없었는지 등을 알아보고자 주변인 탐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탐문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주변인 진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이들이 다른 이유로 C씨를 살해하고서 추후 법정에서 형량을 줄이고자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범행임을 주장하기 위해 이해하기 어려운 범행 동기를 내세웠을 가능성과 종교적 연관성 등을 다각도로 조사하고 있다.
A씨 남편은 경찰에서 “아침에 시끄러워서 방에서 나가보니 가족들이 애완견을 죽이려고 하길래 뭐하는 짓이냐고 다그쳤는데 딸이 내게 무서운 눈빛으로 화를 내 그냥 출근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C씨가 어머니, 오빠가 애완견을 죽인 데 반발해 항의하다가 변을 당했을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남편은 “가족 중에 정신과 관련 진료를 받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고도 말했다. 경찰은 A씨 등을 상대로 프로파일러 면담을 진행해 이들 진술의 신빙성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A씨는 아들과 함께 전날 오전 6시 40분께 시흥시 자신의 집에서 딸을 흉기와 둔기를 사용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아들은 범행 직후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범행 사실을 알렸고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현장을 찾은 지인이 숨져있는 C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범행 이후 달아났던 A씨 등은 남편의 자수 권유로 경찰서로 향하던 같은 날 오후 6시 30분께 경찰서 인근 도로에서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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