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속 정화조 유독가스에 3명 사고…안전불감증이 낳은 ‘참변’

폭염속 정화조 유독가스에 3명 사고…안전불감증이 낳은 ‘참변’

기사승인 2016-08-20 21:57:22

[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정화조나 맨홀 등에서 발생하는 질식사고는 여름철에 집중된다. 기온이 상승하면 유독가스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산소 결핍 상태가 되기 쉬운 탓이다.

사고 원인을 따져보면 환기를 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장비도 갖추지 않은 채 작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복되는 사고에도 안전불감증이 여전한 것이다.

오늘(20일) 오후 3시 20분께 청주의 한 유제품 생산 업체에서 발생한 근로자 질식사고도 다르지 않았다.

지하에 매설된 정화조를 수리하러 지름 60㎝가량의 뚜껑을 열고 시설 담당 직원 1명이 들어갔다가 쓰러졌고, 이 직원의 비명을 듣고 뒤따라 들어간 동료 직원 2명도 모두 의식을 잃었다.

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명이 목숨을 잃었고 1명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들 모두 정화조 점검 때 필수적인 안전장구를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일 최고기온을 갈아 치울 정도의 불볕더위로 인해 정화조 내 분뇨 등이 빠르게 부패하면서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온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인데도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여름철에는 기온 상승으로 밀폐 공간의 미생물이 번식하고 암모니아가스나 일산화탄소 등이 발생, 산소 결핍 상태가 된다. 산소 농도가 18% 미만인 경우를 뜻하는데, 심한 경우 실신 후 5분 내 사망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되기도 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안전하게 작업하려면 유해가스 농도를 미리 측정하고 환기 설비를 가동한 후 호흡용 보호구 등을 착용해야 한다.

이런 안전 기준을 지키지 않아 해마다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질식 재해로 2011년 14명, 2012년 20명, 2013년 31명, 2014년 15명, 지난해 12명 등 최근 5년간 92명이 목숨을 잃었다.

청주에서 이날 발생한 질식사고 역시 안전 불감증이 원인이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인분 등이 빠르게 부패, 정화조에 유독가스가 차 있었지만 화를 당한 근로자들은 보호장비 등을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구조대원은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들어갔을 때 오물이 발목까지 차 있었는데 쓰러진 근로자 3명 모두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해당 업체가 안전교육을 제대로 실시했고,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춰놓았는지가 경찰 수사 대상이다. 만약 이를 게을리하고 환기 시설을 갖추지 않았다면 처벌받게 된다.

충북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정화조가 아니더라도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하다가 가스 질식이나 산소 결핍 등으로 변을 당하는 경우가 잦다”며 “반드시 환기 설비를 가동한 후 안전장비를 갖추고 작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yes228@kukinews.com

박예슬 기자
yes228@kukinews.com
박예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