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소변 자주 마려우면 우울증 온다?

[건강 칼럼] 소변 자주 마려우면 우울증 온다?

기사승인 2016-09-06 17:02:17

[쿠키 건강칼럼] 본인이 전날 소변을 언제 몇 번 봤는지 정확히 기억할 수 있는가? 일반적으로는 기억하기 어렵다. 보통 사람에게 화장실 가는 횟수는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며, 오히려 너무 사소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그 횟수와 시간을 정확히 기억한다. 과민한 방광 탓에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과민성방광 환자들이다.

과민성방광이 있는 사람들은 방광에 소변이 덜 찼는데도 갑자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마려운 증상이 하루에 수차례 나타난다. 그뿐인가. 요의가 절박한 나머지 화장실에 가는 도중 소변이 새기도 한다. 소변을 봐도 덜 본 것 같은 잔뇨감까지 드니 과민성방광 환자들은 방광에만 온종일 신경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민성방광은 환자의 심리상태를 위축시킨다. 언제 갑자기 증상이 나타날지 모르니 환자는 야외활동 등 일상생활에 소극적이다. 또한 증상이 수면을 방해해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해서 피로와 스트레스는 자꾸 쌓여만 가고, 생리현상과 관련된 질환이라는 인식이 수치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과민성방광 환자들의 삶의 질은 떨어지고 우울증이 쉽게 찾아온다. 한 연구에 따르면 과민성방광 환자의 우울증 동반율은 일반인보다 3배 높고, 실제로 과민성방광 환자의 30%는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의 기쁨을 성취하지 못하고 예민한 방광 걱정에만 신경이 쏠린 자신의 삶에 대해 우울감을 느끼는 것이다.

과민성방광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소변습관의 변화를 잘 관찰하여 조기에 진단과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하루에 소변을 8회 이상 보는 빈뇨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는 절박뇨 △수면 도중 2회 이상 화장실에 가는 야간뇨 중 한 가지라도 본인이 경험하고 있다면 과민성방광을 의심하고 반드시 비뇨기과를 찾아야 한다.

과민성방광은 완치가 아니라 적극적 치료를 통하여 삶의 질을 높이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관리를 받아야 한다. 의사로부터 교육을 받아서 행동개선법을 우선적으로 시행 후 효과가 없으면 행동 개선과 함께 약물치료를 시행하고, 효과가 부족하면 보툴리눔 톡신 주사치료와 천수신경조절술을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행동개선법은 소변을 30분 이상 의도적으로 참았다가 화장실에 가는 방광훈련과 골반 근육의 조임과 이완을 반복 운동하는 골반근육 강화법이 대표적이다. 

약물치료는 과민성방광 환자에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료법으로 방광이 갑자기 수축하여 절박뇨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억제하고 방광의 구심신경을 조절하여 소변 마려운 횟수를 감소시키는 작용을 하는 약물을 매일 복용하는 방법이다. 보통 약물은 초기치료에서 80%의 효과를 보인다. 최근에는 입마름과 변비 등 부작용이 거의 없는 치료 약물이 개발되어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다. 약물치료에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에는 주사치료와 천수신경조절술로 넘어간다. 

보툴리눔 톡신 주사치료는 과민한 방광의 근육을 이완시키고 구심신경을 조절하는 작용을 하는 보툴리눔 톡신을 방광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다. 통증이 거의 없어 대개는 마취가 필요 없고 입원할 필요도 없으며, 보통 6개월 전후까지 효과가 유지된다. 임상 결과, 약물치료에 실패한 환자의 70%가 보톡스 주사치료에서 효과를 보였으며 절박성 요실금을 호소한 환자의 20~30%는 증상이 완전히 치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치료에 효과가 없을 경우에 주사치료와 더불어 천수신경조절술을 시행할 수 있는데, 천수신경을 자극하여 방광의 구심신경을 조절함으로써 절박뇨와 빈뇨를 호전시킨다. 치료의 효과는 주사치료와 비슷한 70%로 나타나며 5~6년 장기적으로 작용한다.

과민성방광은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우울증을 야기함으로써 삶의 질을 위협하는 질환이라 할 수 있다.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은 병이고,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다. ‘원래 방광이 약해서’ 혹은 ‘노화의 한 증상이다’라고 질환을 가볍게 치부하지 말고 비뇨기과 전문가와의 상의를 통해 증상을 개선해 나가길 바란다. 

글·분당서울대학교병원 비뇨기과 정성진 교수

newsroom@kukinews.com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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