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땅콩의 어떻게 들었어?] 하루에도 몇십장의 앨범이 쏟아진다. 대한민국 가요계는 바야흐로 앨범 범람 시대. 그중 화제가 되는 앨범을 듣고 리뷰해 본다. 9월 셋째 주 주인공은 임창정, 레드벨벳, 인피니트다.
임창정 ‘아이엠(I'M)' 2016,09.06 발매 : 대중이 임창정에게 기대하는 사운드는 분명하다. 임창정은 앨범을 낼 때마다 그 기대를 단 한번도 저버린 적이 없다. 신기한 것은 ‘또 이런 노래야?’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곡 구성이 새롭지는 않지만, 항상 새로운 곡이라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 무려 정규앨범만 13장을 낸, 20년차의 가수라는 것을 떠올리면 굉장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앨범을 살펴보면 타이틀곡 ‘내가 저지른 사랑’을 트랙리스트 후반에 배치한 것이 눈에 띈다. 타이틀곡 외 수록곡도 모두 좋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모든 곡을 타이틀로 생각하고 작업했다는 앨범은 이런 음반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이번 타이틀곡도 새로운 것은 전혀 없다. 발라드에서 공식처럼 쓰이는 편곡 구성과 진행으로 이뤄졌다. 고조시키고 반전되고 마무리하는 구조도 대중이 익히 많이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좋다. 이런 것은 내공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이런 아티스트에게 바라는 것은 그냥 계속 음악활동을 해달라는 것뿐이다. 임창정의 정규 14집이 궁금하다.
레드벨벳 ‘러시안 룰렛(Russian Roulette)' 2016.09.07 발매 : 늘 좋은 노래를 발표했던 아티스트에게는 그만큼의 기대치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간 너무 잘해온 탓일까. 레드벨벳의 이번 앨범 타이틀곡 ‘러시안 룰렛’은 그동안 레드벨벳이 해왔던 음악에 비해 평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뿅뿅거리는 듯한 게임사운드나 뒤쪽에 들리는 리드사운드 등을 이미 자주 들었기에 그렇게 느껴지는 감도 있다.
전작인 ‘덤덤’이나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SM엔터테인먼트와 레드벨벳이기에 가능한 음악이다. 하지만 ‘러시안 룰렛’은 반드시 레드벨벳이 아니어도 될 것 같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물론 SM이기에 이 정도 수준의 곡을 수급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곡 자체의 퀄리티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 레드벨벳에게 기대하는 것은 ‘아이스크림 케이크’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대단히 좋은 노래였기 때문에 레드벨벳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민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데뷔했을 때는 분명 음악, 콘셉트적인 측면에서 에프엑스 노선을 타는 듯 보였으나 이번 곡은 소녀시대의 분위기도 난다. 선배들의 좋은 점만 취하는 영리한 후배의 모습이다.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앨범의 수록곡이 모두 좋다는 것이다. 앨범 전곡 모두 타이틀곡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고른 수준을 가졌다.
인피니트 ‘인피니트 온리(INFINITE ONLY)' 2016.09.19 발매 : 인피니트는 데뷔 때부터 꾸준히 1990년대 사운드를 들려주는 그룹이다. 이번 타이틀곡도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멜로디도 편곡도 그 때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현악기를 중점적으로 썼다. 오랜 시간 인피니트의 음악을 기다린 팬들이라면 익숙한 멜로디가 반가울 듯 하다.
타이틀곡 ‘태풍’은 곡 초반 리듬 악기를 최소로 사용하며 무난하게 시작된다. 하지만 곡이 전개 될수록 전체적으로 비어 보이는 사운드는 다소 아쉽다. B파트에서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달리는 듯한 리듬을 몰아서 쓰고 그것을 한 순간에 확 뺐다. 다시 들어오는 후렴구에서 현악기가 몰아치는데 리듬이 받쳐주지 못하니 터지는 힘이 부족하다. 때문에 보컬이나 전체적인 구조를 지지하지 못한다. 엔딩도 희미해서 전체적으로는 아쉬운 곡이다.
1년 2개월 만의 컴백이라서 그런지 앨범 전체에 많은 공을 들였다. 수록곡은 전체적으로 고르게 좋은 편이다. 다만, 인피니트는 스윗튠과 함께 했을 때 자신들의 장점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