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초대석] 박경미 의원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에 기여할 것"

[국회초대석] 박경미 의원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에 기여할 것"

기사승인 2016-10-31 11:27:12

 

[쿠키뉴스=유경표 기자] 지난 4.13 총선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비례대표 명단 20명 중 박경미 홍익대 교수를 비례대표 1번에 공천했을 때, 정계에선 그 배경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비례대표 1번은 ‘당의 얼굴’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데, 박 교수는 수학자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공천결정에 대해 일각에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선택은 적중했다.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인류 최고의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4:1로 이기면서 한국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던 시기, ‘수학자’ 박경미 의원의 당선은 인공지능의 도래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정신을 담은 것으로 평가됐다.

박 의원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을 겸하고 있다. 국회 정론관에서 박 의원이 브리핑하는 모습은  2014년 ‘MBC 백분토론’ 최초의 여성 진행자를 맡았던 이력이 증명하듯 언제나 당당하고 똑부러진다는 인상을 준다. 

최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 의원은 연일 강행군으로 인한 피로누적으로 몸 상태가 별로 좋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과연 ‘똑부러지게’ 산적한 현안들에 대한 자신의 의정활동 방향과 정치 소신을 피력했다.

박 의원은 인터뷰에서 정치를 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기자에게 “국회로 들어오기 전 다니던 직장의 정년이 14년이나 남았었는데 갑작스럽게 국회의원이 되면서 4년 비정규직이 됐다”며 농담 섞인 말을 던졌다. 

의외였다. 지금도 국회에 입성하고 싶어 하는 소위 ‘사회지도층’이 수두룩하다. 선거 때마다 공천장 하나로 '죽네 사네' 하는 것은 이미 우리 정치판의 흔한 풍경이 됐고, 심지어 당선하더라도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들통나 의원직을 박탈당하는 ‘정치꾼’들도 있잖은가. 그들이 박 의원의 말을 듣는다면 분명 복장이 터질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박 의원은 정치의 때가 묻지 않은 정치인이다. 그는 정치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에 항상 국민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국회로 들어온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했다. 대개 정치라고 하면 막연히 ‘권모술수’를 연상하기 쉽지만, 박 의원이 직접 본 국회는 생각보다 정직하고 투명한 곳이었다.  

“저는 교육현장에 있을 때도 ‘교수님’이라는 말보다 ‘선생님’이라는 말을 좋아했습니다. 국회로 들어온 지금은 제자들도 많이 응원해주고 있죠. 그럴 때마다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국회의원로서 법이나 예산을 통해 교육의 발전을 도모하고 교육부를 견제·관리감독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습니다. 저의 존재 의의도 이것에서 찾으려 합니다.”


박 의원은 자신을 ‘초식동물’에 비유했다. 평화로운 들판(학교)에 있다가 육식동물들이 활보하는 험한 정치현장으로 왔다는 의미다. 상임위 활동은 물론, 대변인으로서 전반적인 정국 현안도 살펴야 하기에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일의 연속이다. 

그런 만큼 박 의원은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마음가짐으로 매사에 열심이다. 그의 이 같은 자세는 ‘언제나 노력한 만큼의 정직한 결과가 뒤따르는’ 교육 현장에서 오랫동안 몸담으며 배인 것이다.   

특히 박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를 마친 소감에 대해 뿌듯함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와 가장 밀접한 부처로 꼽히는 문체부를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낸 것은 큰 성과지만, 그로인해 시급한 교육 분야의 이슈들이 부각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졸속 개발된 초등 국어·수학교과서 문제 라던지, 새 교육과정에 따른 각 학교 과학실, 컴퓨터실 정비가 필요한 상황에서 교육부가 예산조차 편성하지 않는 문제 등을 좀더 심도 있게 다루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로 묻히는 것이 조금 안타까워요.”

국감이 새벽 2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 했기에 박 의원은 체력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느껴야 했다. 민주당 대변인이기도 한 그는 새벽에 끝난 국정감사 이후 제대로 쉴 새도 없이 꼭두새벽에 눈을 떠야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준비하고 치열하게 임했던 첫 국감이 끝나서일까. 박 의원은 마치 후련하다는 듯이 ‘다이나믹한 경험이었다’며 웃음 지어보였다.

사실 박 의원은 교문위 위원 중에서도 내로라하는 '교육통'이다. 한국교육평가원과 사범대를 거쳤고, 일선 고등학교에서 교사로도 일했다. 또 홍익대 수학교육과에서 예비교사가 될 학생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교육 최일선에 몸담은 경험이 있기에 박 의원은 우리 교육의 아킬레스건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국감에서 교원연수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공교육이 살아나지 못하고 사교육이 창궐하는 원인에는 교사연수가 취약하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어요. 또 성추행 등 성비위 교원들이 얼마나 솜방망이 처벌을 받아 복귀하는지 조사 후 문제를 제기했는데 예상외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박 의원이 최근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최근 발의한 ‘과학교육진흥법 전부개정법률안’이다. 기존의 과학진흥법을 확대 개정한 이 법은 이른바 ‘알파고법’으로 불린다. 이 개정안은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해 지원대상을 '과학'에서 '과학·수학·정보'로 넓힌 것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4차 산업 혁명의 토대를 제공하는 핵심 교과 간 연계·융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최근 4차 산업이 시대적 화두로 부각되면서, 전통적인 개념의 교육으로는 창의적 교육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이 칠판에 적어주고 학생들은 그것을 단순히 받아 적는 교육에서 벗어나 수학과 과학 소프트웨어 등을 융합해 창의적 인재를 길러낼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혹자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수학을 차고 넘치게 공부하는데 왜 진흥법이 필요하냐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은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수학의 경우 문화관을 통해 개념원리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익히는 방안 등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문제중심학습(PBL)이나 역순학습(flipped learning)을 시도해 볼 수도 있죠. 창의융합형 인재를 기르기 위한 다양한 교수법들이 있습니다.”

이와 함께, 박 의원은 궁극적으로 ‘기초학력보장법’을 마련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기초학력 보장이 곧 ‘교육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며 저출산 시대에 인적 자원을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학생 한명, 한명이 소중한 인적 자원입니다. 이 학생들의 학업을 끌어올려 낙오되지 않고 사회에서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학교의 서열화가 무의미해질 겁니다. 지금도 이른바 'SKY' 대학을 나와 취업하지 못하는 인력이 수두룩합니다. 또 4차 산업의 대두로 다양한 직업이 사라지거나 생겨나고 있습니다. 즉 고학력이 평생직장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박 의원은 우리 교육이 격동의 시기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미래 세대들에게 시대의 변화를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견해다. 나아가 학생들이 단순한 문제풀이보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학을 예로 들면, 짧은 시간 내 정답을 내는 일은 인공지능이 가장 잘하는 일이죠.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교육은 모델링 능력이 중요해질 겁니다. 새로운 문제 상황을 해석해 방정식을 세워보는 겁니다. 새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선택형 문제보다는 서술형 문제로 바꿔야 합니다. 문제 해결에 있어 창의적인 시도를 용인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만들어줘야 합니다.”


<박경미 의원>
-1965년 10월 15일
-일리노이대학교 대학원 수학교육학 박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책임연구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PISA 수학전문위원
-충북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홍익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대한수학교육학회 이사
-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
-SBS 뉴스 칼럼니스트
-제20대 국회의원 (비례대표/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제20대 국회 전반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scoop@kukinews.com

유경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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