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심유철 기자]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들이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개명 최서원·60)씨의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서울시립대 교수 100여명은 8일 오후 7시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대강당 앞에서 “현직 대통령에 의해 대한민국은 헌법 정신에 대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중국어 문화학과 이승훈 교수는 시국선언문을 낭독에 앞서 “서울시립대 교수들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현수막에서 ‘대통령’은 뺐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다른 대학들에 비해 시국선언이 조금 늦었지만, 교수들 간 민주적 절차와 합리적인 의사 수렴 절차를 겪으며 시국선언문을 완성했다. 더는 현 시국에 침묵하거나 좌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박근혜 정부의 권력은 상상 이상으로 ‘사유화’ 돼 최씨와 그 친인척, 최측근들의 사익을 위해 남용됐다”며 “이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정신에 대한 심각한 도전임과 동시에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미국의 닉슨 전 대통령을 예로 들며 “닉슨 대통령이 하야한 것은 도청이라는 불법행위 때문 만은 아니다”며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했기 때문임을 박근혜 정권도 깨달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국민이 느낀 감정은 분노라기보다 허탈감과 참담함”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퇴진 촉구를 받아드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립대 교수 194명의 의견이 모여 작성된 시국선언문에는 ‘박근혜 퇴진’ ‘국회 중심의 거국내각수립’ ‘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 및 관련자 처벌’ 등이 언급됐다.
교통공학과 김도경 교수는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시국선언을 언급하며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시국선언이 그 순수함을 잃지 않고 결과를 얻을 때까지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시국선언에는 6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해 힘을 더했다.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15학번 고석현(21)씨는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박근혜 정부에 큰 배신감을 느꼈다”며 “이번 국정 농단 사태는 대학생들의 역린을 건드렸다”고 통탄했다.
고씨는 지난 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광화문 촛불 집회’에 대해서 “집회 중 가장 민주적이었고 불법적인 요소가 적은 평화적인 시위였다”며 “이 집회가 ‘반미’ ‘좌파’ 등의 단체와 엮이지 않고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시위’ 본연의 의미를 끝까지 가져가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서울시립대 교수들과 학생들은 시국선언 후 경찰의 협조를 얻어 대강당부터 서울 청량리역 광장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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