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앓는 우즈베키스탄 환자, "한국에서 자식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백혈병 앓는 우즈베키스탄 환자, "한국에서 자식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기사승인 2016-11-21 09:18:48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한국에서 살아온 지 18년이 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라크마토 쇼코라트존(41·남)씨. 그는 세 자녀를 둔 건실한 가장이자, 집안의 기둥이다. 그런 그에게 갑작스러운 시련이 찾아왔다. 인천 청라의 한 병원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것이다. 의사는 “예후가 좋지 않으니 일을 중단하고 지금 당장 큰 병원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서울성모병원을 찾았고, 담당 주치의인 김동욱 혈액내과 교수와 골수이식 수술 날짜를 잡은 상태다.  

가족을 위해서만 헌신했던 평범한 남편이자, 삼남매의 아버지인 쇼코라트존씨에게 찾아온 백혈병 진단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그는 페인트칠부터, 가구공장, 기계업까지 여러 가지 일을 해왔다. 몇 년 전부터는 한 건설회사에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우즈베키스탄 건설 회사에 부품을 전달하는 업무를 담당해왔다. 그런데 이 마저도 몸이 아파 중단하게 됐다. 그는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데, 치료를 받기 위해 일을 그만둬야 했다”고 말했다. 현재 그의 형이 와서 일을 돕고 있다. 아내는 현재 여권이 만료돼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 있다. 아내조차 그가 아픈 것을 모른다. 쇼코라트존씨는 “아내에게 심리적 충격을 줄까봐 아직까지도 말도 못했다. 가장인 내가 가족들을 벌어 먹여야 하는데, 답답한 상황”이라며 “막대한 치료비 부담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을 때 예후는 상당히 좋지 않았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의 경우 글리벡, 스프라이셀, 타시그나 등의 백혈병 치료제만 꾸준히 복용한다면 완치에 가까운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급성의 경우 치료가 늦어지면 치명적이다. 그가 병이 상당히 진행된 채로 온 것은 병의 증상을 잘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치료는 대부분 전신 항암 화학요법을 받게 되고 재발 위험도에 따라 항암화학요법의 강도 및 횟수, 조혈모세포이식술 등과 같은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일부 환자군의 경우 표적치료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쇼코라트존씨는 현재 글리벡 등의 치료제를 8개월간 복용해왔다. 김동욱 교수는 “급성기 상태에서 골수이식을 바로 하면 성공률이 10%로 급격히 낮아지기 때문에 표적항암제를 사용해 만성 상태로 도달시킨 다음에 이식을 해야 성공률이 높아진다”며 “다행스럽게도 고용량 표적항암제 치료를 환자가 잘 견뎌서, 무사히 골수이식 수술을 하여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통상 무균실 진료와 항암 치료, 골수이식에 소요되는 치료비는 1억원을 훌쩍 넘는다. 그도 외국인 근로자로 등록돼 있어 치료에 필요한 보험급여는 똑같이 적용된다. 

문제는 수술비다. 보건복지부는 조혈모세포이식이 필요하지만 성공확률이 낮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던 환자(이식 전 1주∼이식 후 2주 진료비를 환자가 전액부담)에 대해 심사를 진행한다. 진료의사가 조혈모세포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건강보험에서 진료비의 일부를 지원한다. 현재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심사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약 1000여만원의 수술비는 그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큰 금액이기 때문에 부담이 큰 상황이다.  

쇼코라트존씨는 한국에 살면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아들, 딸 모두 대학까지 보내고, 나중에 무역회사를 설립하고 싶다”며 “꿈이 이뤄졌으면…”이라고 말을 흐렸다. 

newsroom@kukinews.com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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