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민수미 기자] 야 3당 대표들의 긴급 회동에도 불구하고, 2일로 목표했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불발됐습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일 오후 본회의 시작 전 국회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안 발의에 대해 논의했지만, 박 위원장의 반대로 협상은 결렬됐습니다.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직후 바뀐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의 입장 변화를 고려, 현재 탄핵 가결은 어렵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발의가 아니라 가결이 목적이 돼야 한다”면서 “마치 2일로 합의된 것처럼 말한 것이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내일 탄핵도 불투명하고 그렇다고 9일은 보장되느냐, 그것도 불투명하다. 9일까지 변화를 보고 또 국민의 촛불도 여론 변화를 보며 비박 태도를 지켜보고 9일에 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에 추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오늘 발의해야 된다고 주장을 했다. 그런데 국민의당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 입장이 변경 없다고 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심 대표는 “국민의당이 참여를 안 하겠다고 하니 발의가 어렵다. 야당은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야 하고, 비박계가 국민의 편에 설지 아니면 피의자 박근혜 대통령 편에 설 것인지를 결단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이미 국민의당은 비박계와 함께 가 있다. 비박계를 무슨 수로 설득을 하나”라고 박 위원장을 비판했습니다.
야권 대선주자들 역시 탄핵소추안 발의 무산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퇴진일정은 결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핵을 거부하는 새누리당의 태도는 촛불민심에 대한 배신이다. 탄핵을 무산시키려는 어떤 시도에도 단호히 맞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새누리당은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참회하고 탄핵 절차에 응해야 한다”며 “청와대의 요구가 아닌 국민의 명령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대통령 탄핵 절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고요.
야권 분열에 대한 국민의 실망은 분노로 바뀌고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반나절이면 한통속 되는구나” “박 위원장은 비박에 갈 화살을 자기 가슴에 꽂았네요”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듣지 않는 당이라면 야당이라도 필요 없다” “국민의당은 새누리당 2중대입니까?” “야권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등의 의견을 올리며 쓴소리를 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전북지역 시민단체는 탄핵 표결 무산에 항의하며 국민의당 전북도당 사무실 점거 농성에 나섰습니다. 전북민노총과 일반시민 등은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의 협상 핑계를 대지 않고 즉각 퇴진을 위한 조치를 내놓을 때까지 계속하겠다”며 현수막을 들고 연좌 농성을 벌였습니다.
새누리당도 곤욕을 치르긴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29일 오후부터 인터넷에 퍼진 ‘20대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락처 및 주요키워드’에는 새누리당 소속 20대 국회의원 129명의 성향, 탄핵입장 휴대전화 번호 등이 적혀있었는데요. 네티즌들은 이를 이용, 탄핵을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전화나 문자를 보내며 항의했습니다.
야 3당은 결국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굳은 공조로 흔들림 없이 박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오늘 중으로 발의해 오는 8일 본회의에 보고한 후, 9일 표결 처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탄핵 일정 조율 과정에서 마찰을 빚은 것에 대해서도 사과했습니다.
‘비선 실세’ 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대한민국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국민의 마음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매주 열리는 촛불집회가 이에 대한 방증이겠죠. 국회에서 더는 실수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실망을 거듭하기에는 이미 국민의 상처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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