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한민국 전상서…박근혜 대통령이 부치는 편지

[기획] 대한민국 전상서…박근혜 대통령이 부치는 편지

기사승인 2016-12-06 01:00:23

[쿠키뉴스=민수미, 이소연 기자] 여러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현 정권은 과거를 부정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의심케하는 사건들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국민의 어렵고 힘든 경제 문제는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그들만의 코드에 따라 나라의 근본을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시점에 정부는 커다란 불안감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았습니다.

사회·정치면을 오르내리는 희한한 사건들 대부분은 너무나도 간단한 원리·원칙을 어기는 데에서 생기고 있습니다. 국가나 회사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영을 잘못하여 큰 위기에 닥치게 되면 그때부터 바른 운영 방법을 적용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 이치와 같습니다. 엄청난 희생과 고통의 기간을 거치지 않고는 회복의 길로 갈 수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흔히 부러워하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을 꼭 필요한 존재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필요는커녕, 오히려 사회에 해를 끼치고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어 “제발 좀 물러나 주었으면 좋겠다”는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국민은 지도자가 선견지명을 갖고 미리미리 판단해서 국가를 잘 이끌어 주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권한도 주고, 권위도 부여하는 것입니다. 일급비밀까지 보고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하는 일 하나하나가 경우에 안 맞고 돈을 보면 공사(公私) 구별을 못 하는 그녀를 보면 ‘결국 아무런 일도 맡길 수 없게 자초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분노에 눈이 멀고, 자만심에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으며 쾌락에 정신을 잃어 곧 닥칠 수치와 고통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 파멸의 길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권력의 남용, 판단의 착오로 인해 빚어진 한 인간의 끊임없는 고통을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권력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아첨을 잘하고 간사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속기 쉬운가. 또 거짓말이나 이간질을 자꾸 하다 보면 결국에는 입만 벌려도 그런 말들이 튀어나오게 되니, 이 얼마나 부끄럽고 민망한 일입니까. 

사람은 우선 떳떳한 마음으로 살 수 있어야 합니다. 떳떳한 삶이란 자기 자신과 남에게 모두 거짓이 없고 성실할 때 가능합니다. 돈 1억원을 뇌물로 받고 쇠고랑을 차는 사람을 봅니다. 일생 쌓아온 모든 것이 폭삭 꺼지고 마는 순간입니다. 사진에 찍히지 않으려고 얼굴을 숙이고 끌려가는 그 사람에게 그 순간 100억원이라는 돈을 준다 한들 그 모든 것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을까요. 올바르고 떳떳함에 기초하지 않은 일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결국 빛을 잃고 추하게 변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시간을 지켜보았고, 기다릴 만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은 나라의 기반을 흔들고 체제를 파괴하려는 것을 용납하여서는 안 됩니다. 큰 권력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지만 정작 그 큰 권세를 가장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그것을 소유한 당사자입니다.

요즘 보는 역사책이 주는 한결같은 교훈이 있습니다. ‘나라가 망하기 전에 먼저 임금의 마음이 절단난다’는 것입니다. 임금의 마음에 망조가 들면 제일 먼저 교만해집니다. 그리되면 자연히 충신, 간신의 말을 구별 못 하게 됩니다. 얼마나 많은 충신이 간신의 참언으로 비참한 최후를 마쳤던가. 얼마나 많은 악인이 떵떵거리며 세상을 활개 치고 다녔던가. 

중국 진시황의 그 혹독한 정치로 진나라는 15년 만에 망했습니다. 멸망의 원인이 된 농민 봉기는 작은 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대폭발을 일으키게 된 이유는 그 15년의 세월 동안 쌓인 백성의 원한에 있었습니다. 가스가 가득 찬 방 안은 눈에는 언뜻 보이지 않으나 거기에 성냥불같이 작은 불이라도 갖다 대면 엄청난 결과가 초래됩니다. 

이제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 여러분이 함께 나서야 할 때입니다. 나라를 위해서 애국심을 가지고 동참해 주시고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무엇이든지 극에 달했다 함은 그 생명이 오래가지 않을 것을 예시합니다. 한겨울에 봄이 올 거라고 느끼기는 어려우나 봄은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2016년 12월6일 박근혜 대통령 


본 기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저서 ‘내 마음의 여정’(1995년) ‘고난을 벗삼아 진실을 등대삼아’(1998년) ‘결국 한 줌 결국 한 점’(1998년)과 ‘박근혜 일기’(2012년)에 담긴 글을 엮어 만든 편지다. 위의 문장들은 박 대통령의 일기, 수필, SNS에 게재된 글을 각색하지 않고 상황에 맞게 정리한 것이다.  

쿠키뉴스 기획취재팀은 최근 박 대통령의 저서와 관련도서 10여권을 읽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의 글에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아버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이미지 회복에 대한 집착, 위정자를 향한 비판, 권력의 추악한 말로, 배신에 대한 불안감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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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더 있다. 박 대통령은 여러 저서에서 끊임없이 언행일치를 강조했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도자의 자기반성과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드는 자세이다. 박 대통령이 과거에서 ‘보내온’ 편지처럼 말이다.

min@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민수미,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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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미,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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