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심유철 기자] 전문성이 요구되는 인천국제공항 보안요원들이 비정규직 형태로 채용되고 있다. 간접 고용에 따른 보안 담당 근로자들의 권한 축소로 공항 안전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파로 붐비는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 항공권 예약 문제로 흉기 난동을 부리던 중국인 진모(37)씨가 경찰특공대에 제압당하는 사건이 지난 10월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보안요원은 다른 승객들을 대피시키고 경찰을 기다리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현장 보안 근로자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공사)에서 채용한 정규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보안요원들은 특수경비원 신분으로 고용된다. 특수경비원은 특수경비원법에 따라 국가 중요시설을 경비하고 도난과 화재 등 위험 발생을 방지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오가는 공항은 그 특성상 테러 위험이 높다. 이에 보안요원은 제한적 불심검문과 보호조치 등의 권한이 필요하다. 범죄가 의심되는 거동수상자의 행동을 제지하거나 취객, 정신착란 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안전한 장소로 옮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4년 이후 보안요원 채용이 협력업체를 통한 아웃소싱 형태로 전환되면서 권한이 제한되기 시작했다.
공항 측은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공항 내 보안요원들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까다로운 근무 자격 때문이다.
공항은 국가 보안 건물 중 최상급을 의미하는 ‘가’급 시설이다. 국가 중요 시설에서 근무하는 특수경비원은 근무를 위해 각급 시설에 맞는 전문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국가민간항공보안 교육훈련지침에 따르면 보안요원들은 매달 한 번씩 기본적인 순찰이나 폭발물 탐지 및 수색 등의 교육을 받는다. 특히 상·하반기에 각각 1차례씩 사격훈련을 필수 이수해야 한다. 해당 교육을 받지 않으면 자격 미달로 근무 자격이 박탈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9년째 근무하고 있는 특수경비대 기동타격대 요원 정모(40)씨는 “우리 일은 전문성이 필요한 직업”이라며 “비정규직은 공항 이용객 보호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안요원은 거동수상자를 발견해도 신분을 확인할 권한이 없다”며 “테러가 발생해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입국장 순찰 업무를 하는 김모씨는 “국가 핵심 기관을 지킨다는 사명을 갖고 일을 시작했지만, 현실은 달랐다”며 “특수경비원이 가진 권한은 없는데 간접 고용주인 공항 측으로부터 감봉, 정직 등 직접적인 간섭을 받는다. 심리적 압박이 크다”고 전했다.
공사 측은 아웃소싱을 활용한 보안요원 채용에 대해 “간접고용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용을 창출시키는 등 민간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도 “폭발물 처리 등 일부 보안 분야에 대해서는 직영전환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신철 정책기획국장은 “업무나 처우의 불만족으로 인해 인천국제공항 보안 노동자들의 퇴사율은 30%에 달한다”며 “보안요원과 공사 측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라도 하청업체라는 중간 단계를 없애고 직접 고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항공대학교 허희영 교수는 인천국제공항의 보안직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허 교수는 “보안 인력을 전부 정규직화하기에는 공사 측에 무리가 따를 수 있다”며 “보안업체를 공사의 자회사 형태로 두게 된다면 고용의 안정과 보안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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