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안전법 4개월째…실제 의료현장 “아직 갈길 멀다”

환자안전법 4개월째…실제 의료현장 “아직 갈길 멀다”

기사승인 2016-12-16 18:19:44

[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지난 2010년 5월 故 정종현 군의 의료사고 사망사건은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사건 이후 제2의 종현이가 생기지 않기 위한 국민적 관심이 모이기 시작했고, 마침내 지난 7월 29일 ‘환자안전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시행한지 4개월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아직도 걸림돌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환자안전사고 발생 시 의료인, 보호자 등이 자율적으로 보고하고 이를 분석해 의료기관 전체를 학습시키는 ‘보고 학습시스템’이 법안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비밀보장 여부, 병원에 대한 인식 우려 등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이와 더불어 보고 담당 기관인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시스템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어느 대학병원의 QI팀 J팀장은 보고에 대한 부담이 많다고 털어놨다. J팀장은 “어느 범위까지 보고할 것인가에 대한 어려움이 많다. 아무리 비밀보장이 되더라도 특정 지역의 병원이면 다들 추측하기 쉽기 때문에 부담이 있으며, 그게 또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고 J팀장은 지적했다. 그는 “인증원에 TF팀이 만들어져있지만 현재까지 보고된 건수도 얼마 안 되는데 피드백이 전혀 없다. 이렇다보니 ‘보고하면 뭐하나’라는 반응이 많다. 또 인증원에서 담당하는 사람들이 전문가인지도 의문이다. 실제 의료기관에서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보다 역량도 부족하고 교육훈련도 안 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자율보고 자체도 눈치보기를 하고 있으며, 과연 어떻게 관리할지도 안심이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별도의 수가가 없는 문제도 불만을 사고 있다. J팀장은 “실무자들은 환자안전법이 생기면서 이로 인해 수가가 생길 것으로 기대했었다. 수가가 있어야 조직이 만들어지고 인력배치가 되는데, 일은 더 많아졌지만 직접적으로 수가가 생긴 것이 없어 아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측에서는 일부분 동의는 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홍모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환자안전TF팀장은 “보고가 들어오면 피드백이 있어야 일선기관에서 무엇을 주의해야할지 알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문제는 현재까지 들어온 300건 정도의 보고를 분류해보면 어떤 특정한 유형에 의해 분류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예로 낙상사고도 원인이 다양해서 대부분 피드백을 주거나 지침을 내리기가 곤란한 경우”라고 말했다.

따라서 일반화된 유형을 모든 기관에 적절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건수가 들어와야 하고, 의료기관에 있는 종사자나 관련 학회 전문가들이 모여서 쟁점사항을 끄집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구 팀장의 설명이다.

비밀보장 문제 등과 관련해 구홍모 팀장은 “보고는 익명성이 보장되며 보고 후 우리는 14일 이내에 검증작업을 끝내야 하고, 개인정보는 3개월 이내에 파기하게 된다. 추후 시스템이 전산화되면 자동파기될 것이며, 현재는 수작업으로 개인정보를 파기하고 있다. 따라서 직접 검증하는 실무자 외에는 아무도 모르고, 국회법에 따라 자료제출을 요구하더라도 개인정보는 못 주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팀에 투입된 분들은 대학원에서 연구했던 분도 있고, 관련 임상업무를 담당했던 분, 환자 안전 업무에 종사했던 분도 있다. 전문성 있는 사람이 모두 모이면 좋겠지만 의료가 워낙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부분이 많다보니 이러한 부분은 외부전문가의 자문형태로 이뤄지는 게 보다 효율적이다. 현재 복지부의 도움으로 내년 정규직 인력을 다 받아둔 상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구 팀장은 “올해까지는 보고서를 다운받아 이메일, 팩스 접수로 받고 있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전산화 시스템이 공지될 예정이다. 따라서 보고하기 훨씬 쉬워질 것”이라며 “전산화를 통해 분석시스템을 도입해 의료기관에서 필요한 시스템의 표준화된 모델을 제공하고, 국가 연계시스템까지 구축해나갈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yes228@kukinews.com

박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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