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변 환자 10명 중 1명 대장암 또는 진행성 대장용종

혈변 환자 10명 중 1명 대장암 또는 진행성 대장용종

기사승인 2016-12-19 11:47:14

[쿠키뉴스=전미옥 기자] #2년 전부터 대변을 보고 나면 간간이 출혈이 있어오던 김동길(가명·59)씨는 자신의 증상을 단순 치질이라고 생각하고 판단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최근 출혈이 잦고 소화도 안 돼 병원을 찾은 결과 대장암 초기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간단한 복강경 대장절제술을 통해 암을 제거했다. 의료진은 김씨의 경우 항문 출혈이 없었다면 오히려 대장암 진단이 늦어 수술 범위가 커지는 것은 물론 진단 당시 수술이 불가능했을 가능성도 높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겨울철이 되면서 치핵 환자가 늘고 있다. 치핵은 혈변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어 혈변을 보게 되면 단순 치핵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혈변은 치핵 외에도 대장암과 함께, 게실염, 대장 용종, 염증성 장질환 등이 혈변을 일으킬 수 있어 출혈 원인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발표된 국내 연구에 따르면 혈변이 있어 대장내시경을 시행한 32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68%가 치핵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29%에서는 대장용종(colon polyp)이 동반됐고, 대장암 또는 진행성 대장용종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도 1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세 미만의 젊은 혈변환자 중에도 5%가 대장암으로 진단됐으며, 23%는 선종(양성종양)이 발견됐다. 

대장암은 대부분 대장점막에서 발생한다. 대부분의 경우 대장선종(용종)이 먼저 발생하고 선종이 암으로 발전하며, 드물게 정상조직에서 바로 대장암이 발생하기도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치핵이나 혈변이 있다고 해서 대장내시경검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지침은 없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50세 이상, 체중감소, 배변습관 변화, 혈변과 빈혈을 동반한 경우나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등의 경우에 선별적으로 대장내시경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김범규 중앙대학교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치핵이 대장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혈변의 원인이 대장암 등 다른 질환에 있으나 추가적인 검사 없이 치핵 때문으로 오인하는 것은 문제라며 모든 치핵 환자에서 대장내시경을 시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나, 평소 대장암 정기검진을 받지 않는 환자와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위험요소가 있는 경우 치핵에 대한 치료 전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40대 이후 중장년층에게서 과거에 없었던 치핵이 갑자기 생기거나 변비, 설사 및 평소와 다른 배변습관 변화, 혈변, 점액변, 잔변감, 복통, 복부팽만, 체중감소, 빈혈 등의 증상이 발생했다면 반드시 대장암 확인을 위해 전문의와 상담 후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한다. 보통 치핵이 암으로 진행되지는 않지만, 대장암 징후인 변비나 설사가 지속하면서 치핵이 생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대장암이 진단된 경우 치료는 대장점막에 국한된 조기대장암의 경우에는 대장내시경을 통한 절제가 가능하다.그 외 점막하층 이상을 침범한 대장암의 경우는 대장절제 수술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대장암 진단을 받으면 복부를 크게 절개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수술 방법의 발달로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을 하는 경우가 80% 정도에 이른다. 복강경이나 로봇을 통한 대장수술은 최소 절개한 후 수술이 이뤄지므로 통증과 흉터가 적고 수술 후 회복이 빠르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의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대장암 발생률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지만, 숙련된 의료진과 의료술기의 발달로 우리나라 대장암 5년 생존율은 71%로 높은 수준이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대장암은 대장선종(용종)이 자라서 발생하기 때문에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45~50세 이상의 성인의 경우 정기적인 대장내시경검사를 통해 대장선종 여부를 확인하고, 선종이 있는 경우에는 내시경이나 수술을 통해 제거해야 대장암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소 대장암에 대한 정기 검진을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치핵이나 혈변이 발생할 경우 병원을 찾아 적절한 진료와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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