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심유철 기자] 국정 농단의 주범으로 지목된 최순실(60·구속기소)씨가 김기춘(77)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경계했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다.
박헌영(38)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은 2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씨와 김 전 실장의 관계에 대해 “최순실의 ‘아성’은 김 전 실장이 다가갈 수조차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전 과장은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한 몸이나 다름없는 존재”라며 “김 전 실장이 아무리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다 해도, 최씨에게 비할 바 아니다”고 증언했다.
박 전 과장은 지난 1월 K스포츠재단에 입사해 최씨의 직접적인 명령을 받으며 재단 실무를 맡은 최씨의 최측근 인사다. 앞서 김 전 실장은 최씨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증언했다.
그는 “최씨는 김 전 실장을 ‘늙은 너구리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김 전 실장을 조심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자기가 필요할 땐 (김 전 실장을) 이용하곤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박 전 과장은 “최씨가 김 전 실장과 직접 연락하거나 만났는지는 모른다”며 “최씨와 실제로 대면 접촉을 통해 연락책 역할을 한 사람은 정호성(47·구속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과장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이 최씨를 전혀 몰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 과장은 “김 전 실장은 최씨의 존재에 대해 나름 눈치를 챘고, 최씨가 시키는 일인 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들어줬다고 보는 게 맞다”며 “제가 볼 땐 두 사람은 위아래 구분 없이 김 전 실장은 김 전 실장대로, 최씨는 최씨대로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김 전 실장 입장에선 최씨를 ‘건드려선 안 되는 인물’로 여겨졌을 거란 풀이가 가능하다. 김 전 실장과 최씨는 서로를 견제하며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던 셈이다.
박 전 과장은 인터뷰에서 자신을 향한 ‘위증 의혹’에 대한 억울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15일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4차 청문회에서 청와대 문건이 저장된 채 발견된 태블릿 PC에 대해 “고영태씨가 들고 다니는 걸 봤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틀 뒤 “고씨가 지난 13일 ‘박 과장과 새누리당 의원이 입을 맞추고 위증할 것이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그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새누리당 의원들과 정동춘 K스포츠 이사장, 박 전 과장 등이 위증을 공모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박 전 과장은 이와 관련해 “어쨌든 태블릿PC가 분명히 최씨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내 말은 완전히 묻혀 버렸다”며 “나는 중립에 있었던 사람이고 보고 겪은 것만 이야기한 것인데 순식간에 정치적 행위로 이용당해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결백을 입증할 35분 분량의 녹취록이 있지만, 사태가 잠잠해진 다음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tladbcjf@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