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심유철 기자] 행정자치부(행자부)가 여성비하 논란을 빚은 ‘대한민국 출산지도’와 관련해 여성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임신 중단(낙태) 전면 합법화를 목표로 하는 익명의 여성 모임인 ‘블랙 웨이브’(BWAVE)는 12일 “행자부 관계자에게서 ‘출산지도에 관한 회의를 개최하니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BWAVE는 이 회의를 통해 행자부에 9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은 먼저 출생지도 전면 폐기와 홍윤식 행자부 장관과 안승대 자치행정과장의 사퇴를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BWAVE는 “행자부는 출산지도를 통해 여성을 애 낳는 기계이자 가축으로 취급했고 저출생의 책임을 여성들에게만 돌렸다”면서 “출산지도가 무엇이 잘못됐는지도 모르는 사람은 여성과 관련된 정책에 관여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가 저출생 관련 정책을 만들 때 기획 단계에 여성 공무원을 투입할 것과 여성학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설립하라는 내용도 요구사항에 넣었다.
BWAVE는 ‘저출산’이라는 단어를 ‘저출생’으로 바꿔 사용하라는 내용도 기술했다. ‘저출산 문제’라고 하면 마치 여성들이 아이를 적게 낳아서 문제라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동성부부·한부모가정 등 다양한 가족형태가 법적으로 인정돼야 한다”며 “특히, 비혼모에 대한 지원 확장과 차별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출생률이 높은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도 비판했다. BWAVE는 “이는 마치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버는 것 같다”며 “아이는 여자가 낳는데 왜 인센티브를 지자체 공무원에게 주느냐. 실질적인 혜택이 여성에게 돌아가도록 정책을 수정하라”고 꼬집었다.
또 “행자부는 왜 가임여성 수만 공개하고 결혼할만한 남성의 수는 공개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결혼할만한 남성의 수를 공개하는 게 더 효과적일지 모른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요구사항에는 출산과 양육을 위한 실용적인 정보 제공과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현실적인 이유를 명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개발이 포함됐다.
앞서 행자부는 지난달 29일 전국 243개의 지자체의 가임기 여성 수를 나타낸 출산지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산지도에는 지자체의 출생아 수, 합계출산율, 모의 평균 출산 연령, 평균 초혼 연령 등의 정보뿐이어서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여성에게 출산의 의무를 지운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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