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심유철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했습니다.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반 전 총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기 위해 제 한 몸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부의 양극화, 이념·세대 갈등을 끝내야 한다” “국민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 등의 내용을 전하며 사실상 대권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또 10년 동안의 유엔 수장 경력을 강조하며 국가 경영의 적임자임을 내세웠죠. 그러나 그가 정치인으로서 어떤 기량을 발휘할지는 의문입니다.
반 전 총장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 집권 당시 외교부 장관으로 일했습니다. 이후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했죠. 반 전 총장은 외교 전문가입니다. 그러나 국내 정치에 문외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정치 분석가들은 “반 전 총장이 국제 정세 파악은 잘할지 몰라도 국내 정치 현안을 이해하는 능력은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반 전 총장도 “나는 정치를 잘 모른다. 국민과 대화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찾아보겠다”고 밝혔죠.
정치인은 정당을 통해 민심을 수렴하고, 구성원 간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하면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의 경우 정당 활동 경험이 전무합니다. 이 역시 검증되지 않은 겁니다.
반 전 총장의 정치 정체성도 문제입니다. 그는 향후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 노선을 선택하기 위해 정치적 ‘중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의 측근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외교·안보는 보수, 경제·사회는 중도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반 전 총장의 정치 성향을 모르는 상황에서 그가 말한 ‘정치 교체’란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반 전 총장의 23만 달러 수수 의혹과 가족의 비리 의혹 역시 그의 정치 입문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005년 외교통상부 장관 재직 당시 20만 달러를, 2년 뒤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 직후 3만 달러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또 반 전 총장의 동생 반기상씨와 조카 반주현씨가 지난 11일 미국에서 뇌물과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로 국민은 공직자의 친인척·최측근 비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반 전 총장과 그의 가족을 둘러싼 의혹은 예사로 넘기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사안의 중대함을 모르는 듯합니다. 그는 ‘23만 달러 수수설’에 대해 “왜 제 이름이 등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국가와 민족, 세계와 인류를 위해 공직자로서 일하는 가운데 양심 부끄러운 일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그가 강점으로 내세운 ‘국제적 식견’ 또한 검증 대상입니다. 앞서 반 전 총장은 ‘밀실·졸속 협상’이라고 비판받는 ‘12·28 한·일 합의’를 두고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극찬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이에 “협상을 통한 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대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한·일 합의는 이행을 두고 끊임없이 잡음이 일고 있습니다.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되리라는 생각은 반 전 총장의 오판이었죠. 그의 외교 능력과 국제 문제에 대한 안목이 의심스러운 대목입니다.
반 전 총장에게는 해결해야 할 여러 의혹이 숙제처럼 남아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 갤럽이 13일 발표한 대선 주자 지지율에서 2위(20%)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국민이 기성 정치 세력에 염증과 혐오감을 느껴 ‘새로운 인물’을 원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이 기성 정치인과 다름을 입증해야 합니다. 정치인을 검증하는 국민의 눈높이가 10년 전과 다름을 반 전 총장은 깨달아야 합니다.
tladbcjf@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