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한국병… 인구절벽

또 하나의 한국병… 인구절벽

기사승인 2017-01-15 22:35:58

[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올해부터 인구절벽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생산가능 인구(15∼64세) 비중은 지난해 3763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부터 꾸준히 감소 추세에 놓여 2065년에는 2062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 출산율은 약 1.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29년부터는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지는 자연감소가 시작돼 2032년부터 인구성장률은 마이너스로 전환된다. 반면 노인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고령인구는 2015년 653만명에서 빠르게 증가해 2025년에 1000만명을 넘고, 2065년에는 1827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85세 이상의 초고령인구도 2015년 51만명에서 2065년에는 505만명으로 2015년 대비 10배 수준으로 증가한다. 이렇게 되면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당 부양할 인구수는 2015년 36.2명에서 2065년 108.7명까지 증가해 사회·경제적 부담이 대폭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책 마련은 깜깜한 실정이다. 정부는 꾸준히 관련 정책을 펴왔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젊은 층에서는 비혼, 비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출산율 증가를 통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가 국가적인 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서동필 연구원은 ‘경제 침체’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서 연구원은 “직접적으로 노동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현재 수준의 경제규모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벅찬 상태”라며 “앞으로 퇴직자만큼의 신규인력을 충원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기존 경제는 침체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노인들을 누가 부양할 것인가도 문제”라며 “사회적으로 부족한 노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답을 기존 퇴직자들, 경력단절여성, 외국인 등 다양한 방면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 연구원은 “현재 중장년층에게는 노후문제가 당장 피부로 와 닿을 것”이라며 “은퇴 이후에는 자식에게 기대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노후준비를 확실하게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용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인구 고령화는 의료비 증가와 떼놓을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만성질환 등 의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국민건강보험체계는 물론이고 사보험 시장에서도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 앞서 일본은 초고령화 사회에 돌입했고 우리도 앞으로 10년 내에 따라잡을 것 같다. 빠른 대비가 필요한 때”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으로 그는 ‘문화적 접근’을 강조했다. 이 소장은 “사회적 인프라 마련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출산을 쉽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라며 “결혼 없이도 출산을 원하는 미혼여성들이 많다. 이들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싱글맘도 스스럼없이 출산·양육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훨씬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본다. 아직까지 이런 부분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출산 인프라 감소’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출산율 감소와 함께 분만 가능한 의사들이 감소하고 있다. 매년 산부인과 전문의 수가 100명이상 배출되고 있지만 산부인과 병원은 줄줄이 문 닫고 있다. 아기를 받을 수 있는 의사의 감소는 즉 모성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병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가가 정상화돼야 하고 분만 취약지 등에 출산기반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단체에서는 저출산 문제를 여성의 몫으로 돌리는 사회풍조를 지적했다. 여성민우회 최원진 활동가는 “사회적으로 저출산의 원인을 만혼이나 비혼 등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는 답을 찾기 어렵다. 젊은이들이 결혼과 임신, 출산을 기피하게 되는 사회적 맥락을 살펴야한다”고 지적했다. 최 활동가는 “많은 여성들이 육아휴직을 쉽게 쓸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고 이는 남성도 마찬가지”라며 “육아와 가사노동의 책임이 여성을 향해 있는 점은 출산을 기피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비용을 사회가 같이 부담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이러한 제도가 원활하게 정착될 수 있도록 인식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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