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재활병원 설립권을 놓고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재활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마련한 법안이 이해관계에 따라 휘둘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기존 병원급 의료기관 종류에 ‘재활병원’을 신설하고, 한의사도 재활병원 개설이 가능하도록 한 법안을 대표 발의하자 ‘재활병원 개설권’을 놓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또 다시 맞붙었다.
의료계에서는 한의사의 재활병원 개설권 인정에 절대 반대하고 있다. 김주현 의사협회 대변인은 ‘재활병원 신설’에 대해 “기존의 요양병원과 새로 논의되는 재활병원은 차이가 크다”면서 “요양병원은 치매, 만성질환 환자 등 말 그대로 요양을 위해 거치는 의료기관으로 전문분야에 한정되지 않지만 재활병원은 신체기능이 떨어져 재활치료이 필요한 기관으로 재활전문의사, 물리치료사, 언어치료사 등 전문 의료진의 진료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그런데 한의사에게는 재활치료를 담당하는 의료기사들에 대한 지도권이 없다. 그런 한의사에게 개설권을 인정한다는 것은 재활의학과의 전문직역을 침해한 것과 마찬가지다. 관련 내용을 배웠다고 해서 무턱대고 전문의로 인정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한의사단체는 의료계의 반대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지호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한의사들이 개설주체에서 제외될 이유가 없다. 이제까지 한의사들은 요양병원 개설이 가능했는데 요양병원에서 신설된 재활병원 개설주체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법안 마련 시 나타난 단순 착오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한의사들이 없던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데도 양방의사들이 반대하는 것은 이번 기회에 한의사들을 경쟁 직능에서 없애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재활병원 신설’ 논의는 국내 재활환자들을 장기적으로 집중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부재하다는 문제인식에서 비롯됐다. 현재 보건당국은 장기 입원환자의 과잉진료 등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입원기간이 늘어날수록 입원료 지원을 삭감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재활의료체계상 급성기를 지나 아급성기, 회복기 환자들의 경우 입원기간이 지날수록 입원료 지원이 삭감돼 재활치료를 완전히 받지 못하고 퇴원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다. 퇴원 후 다른 병원을 전전한다는 뜻에서 이른바 ‘재활난민’으로 불린다.
남인순 의원실 관계자는 “재활난민 문제는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런데 의료계의 딴지걸기로 마치 의사와 한의사 간 밥그릇 다툼으로 비춰지고 있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관계자는 “한의사 개설권을 반대하는 의료계의 지적을 살펴보면 ‘진료권’과 ‘개설권’을 혼동하고 있다. 한의사에게 ‘진료권’은 없지만 요양병원 개설권은 기존에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본다”며 “그런데 이 문제가 쟁점화되면서 당장 2월 심의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논의가 길어질수록 손해는 국민들이 받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앞서 지난해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이 병원급 의료기관 종류에 '재활병원'을 신설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해 심의했으나 개설권한에 한의사 포함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되면서 보류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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