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0대 운전자 사고...원인·책임 사회가 안아야

[기자수첩] 10대 운전자 사고...원인·책임 사회가 안아야

기사승인 2017-01-22 19:56:24
[쿠키뉴스=노미정 기자] 1월은 고3들에겐 정규교육과정의 끝자락에서 찰나의 해방감을 만끽하는 시기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이라 사회·대학·재수생활에 대한 불안과 부담감은 아직 내 얘기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마련이다. 반면 간만에 맛보는 자유는 달디 달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치게 들뜬 마음이 사고로 이어져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10대가 일으킨 교통사고가 대표적이다. 특히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졸업을 앞둔 고3 수험생들이 시험 압박감에서 벗어나 들뜬 마음으로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운전면허는 있지만 경력이 없어 조작이 미숙하다는 점도 교통사고 발생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한다.

실제로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조사 결과를 보면 가해운전자가 10대인 교통사고 건수는 2013년 8020건에서 2015년 9646건으로 2년새 20% 급증했다. 이로 인한 부상자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TAAS 조사 결과 부상자 수는 2013년 1만1538명에서 2015년 1만3440명으로 16.4% 늘었다. 

문제는 10대가 일으킨 교통사고가 자동차 보험 혜택을 받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운전면허를 딸 수 있는 법적 나이는 만 18세 이상인 반면 자동차 보험에는 만 19세 이상부터 가입이 가능해서다. 보험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개 만 19세 미만은 단독으로 보험가입이 불가능하다. 부모가 자동차보험 가입시 운전자 연령 한정 특약을 ‘전연령’으로 가입하지 않는 이상 청소년이 낸 교통사고는 보험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보험개발원 자료(2015년)를 보면 자동차보험 가입자 중 전 연령대 보장 특약에 가입한 비율은 0.5%에 불과하다. 나머지 가입자는 모두 21세 이상 특약에 가입했다. 자동차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 교통사고를 낸 10대 운전자에겐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형사 처벌이 부과된다. 피해자 또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청소년 보호 관점에서 갓 운전면허를 취득한 10대가 가입할 수 있는 저렴한 보험상품이 나와야하는 이유다.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마련할 필요도 있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청소년 운전자의 사고발생률을 낮추기 위한 여러 제도를 이미 시행 중이다. 미국·캐나다·호주 에선 청소년 운전자에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뉴질랜드 등에선 예비면허제도를 도입해 청소년의 운전 시간대를 제한한다. 

모두가 각자도생의 시대를 살아간다. 모든 문제의 귀책사유가 개인에게 치환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를 투표권도 없는 청소년에게까지 적용하는 건 법·사회·제도적 직무유기다. 긴 수험생활 마친 뒤 차가운 사회로 진입하기 전. 2개월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이들이 누리는 짧은 해방감만큼은 업계나 사회 모두 나서서 보장 해줘야하지 않을까.

noet85@kukinews.com

노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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