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심유철 기자]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 공천 반대 1인 시위’를 진행한 시민단체 대표가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반정우)는 지난해 2월 국회 정문 앞에서 최 의원의 공천을 반대하며 1인 피켓 시위를 벌인 혐의(사전 선거운동·광고물 게시 위반)로 ‘청년 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날 법정에서 쟁점이 된 사안은 김 위원장의 행위가 ‘사전 선거운동’이었는지, 그가 든 피켓을 ‘광고물’로 볼 수 있는지였다. 현행법상(공직선거법 제90조) 선거일 180일 전부터 투표가 이루어지는 당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사진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명시된 광고물을 설치·게시할 수 없다.
이날 검사 측과 변호인 측은 쟁점이 된 2가지 사안을 두고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였다. 검사 측은 “누구나 합법하게 선거활동을 할 수 있는 기간 외에는 선거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지 없이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선거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 행위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봤을 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청년 유니온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많은 집회를 이끌어 왔다. 이에 따라 시위를 하기 전 충분히 선거관리위원회에 1인 피켓 시위의 위법성 여부를 의논할 수 있었다는 게 검사 측의 분석이다.
검사 측은 “피고인은 최 의원의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켜 총선에서 낙선하게 하려는 사전 선거운동”이라며 “국회 앞은 시민 다수가 걸어 다니고 언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 위원장이 사용한 피켓은 공직선거법이 명시한 광고물에 해당한다”며 “피켓을 설치·진열·게시하는 행위는 위법”이라고 주장,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의 입장을 반박하며 각을 세웠다. 참여연대 소속 양홍석 변호사는 “김 위원장의 행위는 선거운동이 아닌 단순한 정치적 의견개진”이라며 “많은 시민단체는 의사표시를 위해 성명을 명시한 피켓을 사용하는 게 일반”이라고 논박했다. 이어 “다른 개인이나 단체들 역시 피켓을 사용하는데 ‘김민수 사건’만 입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양 변호사는 또 “모든 정치적 표현은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며 “선거운동 기간 전, 정치와 관련한 의사표시를 막는다면 국민은 집에 숨어서 인터넷에 댓글만 달아야 하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양 변호사는 피켓을 광고물로 볼 수 없다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공직선거법 90조 1항에 기재된 광고물이란 단어는 간판, 현수막, 애드벌룬 등 기구류 또는 선전탑 수준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며 피켓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형법은 명확한 규정이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며 “광고물에 피켓이 포함한다고 유추해석 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결과는 무죄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시위는 선거운동이 아닌 정당 후보자 추천과 관련한 단순한 지지 혹은 반대 의사표시”라고 판시했다. 피켓이 광고물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하면 광고물은 여러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내붙이거나 걸어야 한다”면서 “이에 근거해 피고인이 피켓을 들고 있는 행위만으로는 광고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배심원은 남성 2명, 여성 5명이 참석했다. 배심원들은 무죄 4명, 유죄 3명으로 엇갈린 평결을 내놨다. 피고인의 사전 선거운동·광고물 게시 위반 혐의가 무죄로 판결되면서 피켓을 이용한 1인 시위가 더욱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13총선을 앞둔 2월,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최 의원의 중소기업진흥공단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국회 앞에서 40여분간 1인 피켓 시위를 벌였다. 김 위원장이 들고 있던 피켓에는 ‘이런 사람은 안 된다고 전해라’ ‘청년 구직자의 노력을 비웃는 채용 비리 인사가 공천되어선 안 됩니다’ 등의 문구가 담겼다. 이에 검찰은 같은 해 9월 공직선거법 제90조 등을 위반한 이유로 김 위원장을 기소했다.
tladbcjf@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