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조기 대선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설 연휴를 앞두고 예비 후보들의 출마 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열리는 대선이다. 짧은 시간 안에 후보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유권자의 혜안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혼돈의 대선 정국에 나선 후보들의 경쟁력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쿠키뉴스=심유철 기자] “시대교체의 시작. 세상을 바꿀 젊은 리더쉽, 안희정”
안희정 충청남도지사는 지난 22일 ‘정권·시대·세대교체’를 기치로 내걸고 대선에 공식 출마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지사를 ‘차차기 대선주자’ ‘페이스 메이커’라고 규정했다. 대통령 후보로서 아직 인지도와 대중성이 부족한 이유다. 안 지사는 이에 “선수가 지려고 링 위에 오르지 않는다”며 대선을 향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안 지사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산 전력은 그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 학생운동가에서 민주당의 적자(嫡子)가 되기까지
안 지사는 지난 1980년 고등학교 1학년 당시, 광주민주화운동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대전 남대전 고등학교에서 입학 6개월 만에 제적당했다. 그는 검정고시를 통해 서울 고려대학교 철학과 83학번으로 입학했다. 이후에도 학생운동을 이어갔다. 지난 1987년에는 ‘고대 지하서클’ 사건으로 남산에 끌려가 고문을 받았고, 1년 뒤 반미청년회 사건으로 10개월간 옥살이를 했다. 이후 대학 선배인 김영춘 의원의 추천으로 김덕룡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 비서실에 일하면서 정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안 지사는 지난 1994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02년에는 새천년민주당 고 노 전 대통령의 후보 대선 캠프에서 일하며 당선에 일조했다. 이후 안 지사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에 당선이 됐고 4년 뒤 재선에 성공했다. 안 지사는 지난 2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자신을 민주당의 적자라고 강조하며 ‘김대중·노무현의 길’을 따르겠다고 발표했다.
■ 꾸준한 지지율 오름세…견고한 충청권 지지층
안 지사의 지지율은 좁은 폭으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20명을 대상(표본오차: ±2.0%p, 응답률: 15.3%)으로 무선전화(90%)·유선전화(10%) 혼용 방식을 통해 진행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주간집계 결과를 지난 23일 발표했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안 지사는 지난해 11월 3.6%의 지지율에서 다음 달 4.3%, 이달 3째 주 4.7%를 기록하며 대선 주자 5위 자리를 유지했다. 이러한 안 지사의 지지율은 그가 7년간 충남도지사를 연임하면서 대전광역시, 세종특별시 등 충청권을 중심으로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안 지사는 자신의 다소 낮은 지지율에 대해 “길거리를 다녀보면 저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면서도 “정치인마다 비등점이 다르다. 지방정부를 끌어온 장점으로 경쟁하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 자치 단체장 평가 8개월 연속 1위…정치자금법 위반 전력 ‘치명타’
안 지사는 야권에서 유일한 충청 출신의 대선주자다. 안 지사는 7년 동안 충남도지사에 재선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다진 장점이 있다. 그는 리얼미터 전국 광역자치 단체장 평가에서 8개월 연속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어왔다. 또 경제 지표에서도 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이러한 점들은 그가 대선에 주자로 출마하는 데 강점이 됐다.
안 지사는 고 노 전 대통령을 오랫동안 보좌한 최측근이자 친노(친노무현)계의 핵심인물이다. 안 지사는 지난 2002년 노 전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정무팀장을 지낼 당시 삼성그룹 등에서 불법 대선 자금 65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1년간 실형을 살았다. 재판부는 안 지사에게 “공정선거와 민주발전을 저해하는 범행으로 국민에게 허탈감을 줬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안 지사는 지난 2009년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사건에서도 뇌물수수 혐의를 받았다. 그가 출소 후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5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았다는 의혹이었다. 이 사건은 당시 안 지사에게 피선거권이 상실돼 정치활동이 불가능했다는 이유로 불기소 결정됐다. 안 지사는 정치인의 청렴도와 직결되는 정치자금 문제로 끊임없이 지탄받아 왔다. 결국, 안 지사가 대선 주자로 등장하면서 이 같은 문제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동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지난 4일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안 지사는) 과거 엄연히 정치자금법을 위반해 복역했다”며 대선 주자가 지녀야 할 자질을 의심하기도 했다.
안 지사의 공보특보를 맡은 김진욱 특보는 이에 “불법 대선자금 사건은 안 지사 개인의 비리 문제가 아니다”며 “오히려 이 사건으로 인해 정치권에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 특보에 따르면 고 노 전 대통령이 대선을 준비한 시기에는 각 정당이 관행적으로 기업에서 선거 자금을 받았다. 즉, 안 지사는 대표성을 띄고 처벌받았다는 것이다. 김 특보는 이어 “안 지사는 법원 최후진술에서 ‘과거의 관행적인 돈 선거보다는 깨끗했지만, 저도 잘못이 있으니 무겁게 처벌해달라’고 했다”며 “결국 이로 인해 정치자금법이 개정됐다. 안 지사의 아킬레스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정치인으로서 신뢰감 부족…‘불법 대선자금’ 넘어야 할 산
최진 대통령리더쉽연구원장은 안 지사를 ‘친노의 그림자를 뚫고 나오는 데 성공한 인물’로 평가했다. 최 연구원장은 “안 지사는 젊고 패기 있는 모습으로 유권자들에게 미래지향적 정치인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면서도 “아직 국민에게 자신이 충분한 국정 경험을 갖췄다는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 지사에게 ‘차차기 대선주자’ ‘사람은 괜찮은데 아직은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유권자를 흡입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안 지사에게 원죄가 하나 있다. 삼성에서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것”이라며 안 지사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이 평론가는 이어 “결정적인 때가 오면 삼성그룹이 안 지사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최순실 게이트’ 사건 이후 국민은 삼성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안 지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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